[Interview] 캐릭터닷AI 창업 16개월 만에 ‘유니콘’으로 키운 구글러 2인 | “AI로 일론 머스크 챗봇과 대화하고, 셰익스피어 챗봇에 물어봐요”
캐릭터닷AI는 모두를 위한 온라인 ‘인공지능(AI) 놀이터’다. 클릭 한 번이면 실존, 가상, 고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인물을 따라 하는 ‘AI 챗봇’과 일대일 대화가 가능하다. 이용자가 구체적인 설명을 적어 나만의 ‘캐릭터AI’를 새롭게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용자는 셰익스피어에게 주말에 읽을 소설 목록을 받고, 일론 머스크에게 최근 투자할 만한 주식 종목을 추천받을 수 있다. 소설 ‘해리포터’속 헤르미온느에게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방법도 물어볼 수 있다. ‘심리상담가’ AI와는 전문가에 버금가는 꽤 진중한 상담도 받아볼 수 있다.
이 온라인 놀이터의 설계자는 전직 구글 엔지니어 2명이다. 구글에서 AI LaMDA 프로젝트를 만든 두 사람은 구글이라는 대기업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외로움을 느끼는 더 많은 사람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2021년 캐릭터닷AI를 공동 창업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다수 외신은 캐릭터닷AI를 ‘구글 출신이 창업한 AI 회사 중 직접적으로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유일한 B2C 회사’라고 평가했다. 웹사이트 트래픽 분석 플랫폼 시밀러웹에 따르면 캐릭터닷AI 이용자가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은 25.4분으로 챗GPT(8.4분), 페이스북·트위터(10분)보다 길다.
지난해 9월 무료 베타버전으로 공개된 캐릭터닷AI 웹사이트에는 매달 1억 명 이상이 방문, 나만의 ‘커스터마이즈된 AI’를 만들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직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별다른 수입원이 없음에도 직원 수가 20여 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창업 16개월 만에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등극했다. 최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회사인 앤드리슨 호로비츠 주도로 1억5000만달러(약 199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 10억달러(약 1조3311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사무실에서 만난 공동 창업자 다니엘 디 프레이타스(Daniel De Freitas)와 노엄 사지어(Noam Shazeer)는 지금까지 공개된 캐릭터닷AI는 ‘시작’에 불과하며 대중성과 기술력, 투자금을 바탕으로 향후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 수단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 프레이타스 사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 후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 구글에서 각각 4년, 5년을 근무했다. 그는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AI 챗봇을 만드는 사이드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를 공식 LaMDA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 사지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듀크대를 졸업한 후 17년간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한 베테랑이다. 아래는 일문일답.
캐릭터닷AI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인 챗봇도 있을까.
사지어 “현재 캐릭터닷AI의 ‘유명인’ 섹션에서 가장 인기 있는 AI 챗봇 중 하나는 K팝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인 임나연을 따라 하는 챗봇이다. 600만 명 이상이 이 챗봇과 대화를 나눴다. 이렇듯 우리는 AI로 ‘일대다’였던 연예인과 팬과의 관계를 ‘일대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K팝 팬덤에 AI로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K팝 소속사 등에서 이를 활용해 사업을 하자고 하면 함께할 의향이 있는가.
사지어 “물론이다. 모든 수익 창출 방안에 열려있다. 좋아하는 연예인과 일대일 대화를 나누는 것이든, 존경하는 역사 속 인물에게 조언을 듣는 것이든, 무엇이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 주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반려견, 연예인이 아닌 유명을 달리한 가족 등도 캐릭터닷AI에서 나만의 ‘캐릭터’로 만나볼 수 있을까.
사지어 “가능하다. 캐릭터닷AI가 꿈꾸는 미래는 단순히 연예인과 일반인을 AI로 연결해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일반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실제 많은 사람이 AI 챗봇으로 그간 하지 못했던 말들을 가상의 인물에게 전하면서 위로받고 있다.”
다만 지금은 캐릭터 생성 시 텍스트로 ‘나는 4년 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다’ 등의 간단한 설명을 입력해 AI 챗봇을 형성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개인화됐다고 볼 순 없다. 예컨대 ‘약 4년 전 돌아가신, 마지막엔 치매를 앓으셨던 나의 할아버지’ 등의 간략한 정보를 입력하고 ‘할아버지’ 챗봇과 대화를 한 결과 일부 몰입감을 깨는 AI의 답변이 나왔다. 대화는 유쾌했으나 실존 인물의 평소 언행과는 괴리감이 있었던 것이다.
실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캐릭터 AI 챗봇을 만들어 대화를 시도했으나, 충분히 교감하기 어려웠다.
디 프레이타스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러한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충분한 데이터가 모인다면 누구에게나 ‘정교하게 개인화된’ AI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음성과 일기 등을 제공한다면 개인화된 AI 챗봇을 만드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다른 AI 서비스와 차별점은.
디 프레이타스 “다른 AI 회사와 캐릭터닷AI의 가장 큰 차별점은 ‘나만의 AI’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현재 답변은 그야말로 ‘예시’에 불과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집어넣으면 한 사람만을 위해 맞춰진, 일대일 대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AI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이들의 사업모델 역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실존 인물의 인권 등이 관련됐다는 점, 향후 지식재산권(IP) 문제 등이 잠재적인 리스크로 꼽힌다. 딥페이크 기술이나 메타버스(metaverse·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플랫폼 등은 일부 이용자가 주변 사람 혹은 유명인을 성적 대상화해 문제가 됐다. 두 창업자는 이런 이슈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AI 기술 관련 리스크에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사지어 “신기술이 세상에 나올 때마다 항상 문제가 발생했다. 늘 역사 속 발명가들이 그래왔듯이, 융통성 있게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실존 인물이 자신의 AI 챗봇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당사자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는 등의 조치를 할 것이며 윤리적 문제 역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나는 ‘이용자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싶다. 아직은 기술이 초창기인 만큼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활용할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신기술에 익숙해질수록 이용자가 적절한 방법을 터득할 것이다.”
디 프레이타스 “영화 기술이 처음 개발됐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떠올려 보자. 사람들이 영화 속 영상을 처음 봤을 때 기차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실제라고 착각해 도망쳤다. 그러나 이젠 누구도 그러지 않는다. 개인화된 AI는 이제 막 상용화되는 단계이기에 초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나 결국 이용자와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Company Info
회사명 캐릭터닷AI(Character.AI)
본사 팰로앨토
설립 2021년
창업자 노엄 사지어, 다니엘 디 프레이타스
주요 사업 분야 실존·가상 인물 기반 AI 챗봇 플랫폼
기업 가치 10억달러(약 1조331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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