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북 재건축 최대어’ 성산시영 | 40층 재건축 앞둔 성산시영…정비구역 지정 ‘코앞’

조은임 조선비즈 기자 2023. 5. 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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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성산시영은 상반기 중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다. 사진 조은임 기자

“지금 진행 중인 계약 건이 있어서요. 잠시만 대기하시면 안 될까요?”

4월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이하 성산시영) 단지 내 한 부동산중개소(이하 중개소)에서는 매매계약 체결을 막 앞두고 있는 모습이었다. 매수인과 매도인이 만나 계약서를 훑어보고 있었다. 이날 이곳 상가에 있는 10곳에 가까운 중개소는 오전 9시를 갓 넘긴 이른 시간에 일제히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3710가구에 이르는 대단지 아파트인 만큼 상당수의 매물이 매도 리스트에 올라와 있었다. 한 공인중개사의 수첩에는 그간 방문했던 고객의 연락처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다 일주일 내에 방문한 사람들”이라면서 “모두 급매나 로열매물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단지 내 모습. 사진 조은임 기자

투자 수요까지 가세한 성산시영

올 들어 이 아파트에는 한창 수요가 몰리고 있다. 현재 교통영향평가 마무리 단계를 진행 중이라 정비구역 지정까지 약 1~2달 앞두고 있다. 김아영 성산시영 예비추진위원장은 “2주 전 지구단위계획 교통영향평가 보완 사항을 협의하고, 4월 17일쯤 조치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후 일정은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계획대로라면 올해 중순 조합 설립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석 달간 체결된 매매만 무려 23건이다. 전용 59㎡ 기준 1년 전 고점 대비 3억원가량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정비구역 지정만 되면 가격이 뛸 것을 예상하고 실수요는 물론 투자 수요까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용 59㎡ 매물이 10억5000만~11억원 선에 나와 있다. 한때 13억5000만원까지 간 적이 있다. 4월 23일 전용 59㎡가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성산시영 상가 내 A 중개소 대표는 “최근 전용 59㎡ 실거래가인 10억5000만원보다 낮은 가격에 급매물이 하나 나와 있는데 곧 거래될 것으로 본다”면서 “그 외에는 11억원까지도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강북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성산시영은 올해 상반기 중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 시기로 연초가 언급되기도 했지만 서울 아파트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한 ‘35층 룰’이 사라지면서 성산시영도 애초 35층이었던 최고층 수를 40층으로 높여 다시 정비계획 신청서를 냈다. 성산시영 예비추진위원회는 늦어도 올해 상반기 중에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포구청 주택상생과 관계자는 “40층까지도 충분히 가능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면서 “지구단위계획을 시에서 수립하고 있는데 추가 변경 사항이 없을 경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37년 된 노후 아파트 대형 단지로 변신 예정

1986년 지어져 올해로 준공 37년이 된 성산시영은 애초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최고 35층, 30개 동, 4823가구가 넘는 단지로 거듭날 예정이었다. 현재도 서울 마포구 내에서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제외한 가장 큰 단지로, 재건축 후 ‘평화의 공원’ 너머로 영구적인 한강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세계 최대 수준인 180m 규모의 대관람차 ‘서울링’ 조성을 발표한 이후에는 ‘링세권’ 아파트로 분류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더불어 성산시영은 마포구 내에서 학군 좋은 단지로 손꼽힌다. 성원초, 신북초와 인접해 있으며 중학교는 중암중이 가까이 있다. 중암중은 특목고 진학률이 40%에 달한다.

현재 3710가구인 성산시영은 전용 50· 51·59㎡ 등으로 거의 단일 전용면적이지만 재건축 후에는 △49㎡(701가구) △59㎡(1399가구) △74㎡(265가구) △84㎡(2178가구) △118㎡(280가구) 등 5개 평형으로 다변화된다.

주력 평형은 전용 59㎡, 84㎡인데, 인근 중개소에서는 중대형 평형인 전용 118㎡의 인기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대형인 만큼 한강뷰가 가능한 전면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애초 조합원들은 전용 118㎡가 넘는 대형 평형을 희망했지만, 분양 가구 수를 늘리라는 서울시 측의 주문에 이를 포기한 바 있어 차후에는 중대형 평형을 선호하는 조합원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강뷰 대형 평수 선호 주민 적지 않아

한 성산시영 조합원은 “마포구 내에서 전 가구가 평지에 위치한 아파트를 보기가 쉽지 않아 재건축 후가 상당히 기대되고 있다”면서 “이왕이면 한강뷰가 나오는 대형 평수를 받고자 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고 했다.

B 중개소 관계자는 “전용 118㎡를 배정받기 위해서는 현 전용 59㎡ 중에서도 로열층을 매수하는 게 좋다”면서 “그중 절반 정도가 추첨을 통해 118㎡를 배정받을 텐데 분담금 2억~2억5000만원 정도는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올해 들어 매매 거래가 많은 평형은 주로 소형 평형인 전용 50·51㎡이었다. 며칠 전 51㎡가 8억8000만원에 거래됐고,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건 50㎡ 8억7000만원, 51㎡ 8억9000만원 등이 가장 낮은 가격대다. 이들 평형의 경우 9억원 이하가 기준인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가능해 자금 마련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전용 59㎡의 경우 현재 호가가 10억~11억원대로, 전세금이 3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7억원의 자기 자본은 필요하다.

C 중개소 대표는 “소형 평수의 경우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이후에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찾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1년 전보다 거래량이 두 배는 넘게 늘어난 것으로 체감된다”고 했다.

D 중개소 관계자는 “전용 59㎡가 차후 재건축 후 중대형 평형을 배정받기 유리해 투자 가치가 더 좋지만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소형 평형이 더 나은 상황”이라고 했다.

아직 정비구역이 지정되기 전이지만 ‘강북 재건축 최대어’인 만큼 성산시영에 대한 건설사들의 관심은 상당하다. 현대건설과 GS건설,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이 벌써 물밑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성산시영은 규모가 큰 만큼 대부분 건설사가 다 관심을 가질 만한 단지”라면서 “아직은 사업 극초기 단계로 차후 공사비 등을 따져보기는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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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세권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세계 최대 규모로 세워질 대관람차 ‘서울링’ 주위의 부동산 권역을 일컫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월 초 ‘서울링’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2027년 말 완공 목표로 대관람차의 전통적인 디자인인 ‘바큇살’이 없는 반지 형태로 지름은 180m에 달한다. 하늘공원 위에 서울링까지 들어서면 공원의 해발고도까지 고려해 총 276m로 높아진다. 63빌딩(264m)보다 더 높은 곳에서 서울 곳곳을 조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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