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 | “중장기 분산 투자에 집중하자…채권 ETF 올해 꽃핀다”

허지윤 조선비즈 기자 2023. 5. 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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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연세대 경제학,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전략·HNW 마케팅, 전 피델리티자산운용 도매(Wholesale), 전 트러스톤자산운용 채널 마케팅 담당 사진 김도형

“올해는 예년보다 투자 눈높이(기대 수익률)와 위험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단기 매매보다 중장기 분산 투자 전략에 집중해 보자. 주변에 휩쓸리지 말라. 투자 자금의 일부는 확신이 있는 국가와 산업, 자산을 선별해 장기 투자하고, 일부 자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국내외 대표 지수와 이차전지, 반도체, 전기차, 미국 테크주 등에 투자하라. 동시에 일부는 채권·금리형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투자 수익을 챙겨 볼 만하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이 조언한 투자 전략을 요약하면 이렇다. ETF를 잘 활용하면, 변화무쌍한 시장 상황에 대응하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는 ETF 694개가 상장해 있다. 최근 만난 김 본부장은 “개별 종목에 투자하면 주가 상승 시 높은 이익을 거둘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해당 기업의 악재 발생 시 주가 급락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는데, ETF는 분산 투자 효과로 개별 종목의 리스크를 방어하며 안정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TF는 코스피, S&P 등 특정 지수나 업종, 자산에 대해 분산 투자하는 펀드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지만, 주식시장에 상장해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2019년 순자산이 51조원대였던 국내 ETF 시장은 올해 90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세계 ETF 시장이 커지면서 투자 분야와 유형 등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삼성자산운용은 20년 넘게 국내 ETF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김 본부장은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최근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당장 하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라며 “속단하며 한 곳에 한 번에 과도하게 집중 투자하기보다 미국 통화정책과 글로벌 정세, 국내외 기업의 실적, 물가, 소비, 수출 등 경제지표를 확인하며 분산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국내 이차전지, 반도체, 전기차, 미국 테크주 분야뿐 아니라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정책성 호재가 기업 실적 성장을 받쳐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금리 하락 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형 ETF에 자산의 일부를 배분하는 것도 올해 안에서 유효한 전략이다”라면서 “미국 초장기채 ETF와 함께 국고채, 통안채, 금융채, 회사채 등 다양한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종합채권 ETF에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고 조언했다. 저금리 유동성 파티가 끝나자, 국내외 증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의 금리 조정, 미국과 유럽 은행의 시스템 위기와 수습 등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공격보다 수비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 일문일답.

최근 국내 증시의 상승 흐름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에코프로 3형제의 주가 급등을 보며 매수에 나설지 고민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었다. 수비형에서 공격형 전략으로 투자 태세를 바꿔야 할까.
“섣부르게 진입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물가와 금리의 방향성, 시장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안도와 우려가 자주 번복되는 상황이라 미래를 속단해 공격적으로 베팅하기엔 부담이 있다. 기대수익률이 높으면 기대위험도 커지기 마련이다. 시장에서 부정적인 신호가 하나라도 나오면 시장 분위기는 급반전할 수 있다. 불확실한 지표와 변수를 확인한 후 분산 투자해도 늦지 않다. 결과적으로 수익률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에코프로는 올해 600% 가까이 올랐다. 이차전지 테마주가 연초 대비 크게 올라 고점 논란이 있는데.
“과열 국면으로, 현시점에 매수하기엔 부담이 있다. 다만 과열이라고 해서 주가가 안 가느냐는 또 다른 영역이기는 하다. 잠재력과 시장성 측면에서 방향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나, 현재는 ‘얼마나 숨 고르기를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국내 ETF 90조원 시대가 열렸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ETF는.
“지난 1분기 개인들은 KODEX 코스닥 150 선물 인버스 ETF를 가장 많이 매수했다. 그다음 △KODEX 200 선물 인버스2X △TIGER 24-10 회사채(A+이상) 액티브 △KODEX미국채 울트라30년선물(H) △SOL 미국배당다우존스순이다.”

추종 지수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Inverse) ETF의 매수세가 두드러진 배경은.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 특유의 큰 변동성과 단기 수익을 선호하는 성향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인버스는 추종 지수 하락에 투자하는 것으로 추종 지수가 떨어질수록 인버스 ETF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올라간다. 미국 연준의 발언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시장에 하락 심리가 커지면서 인버스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또 연초 이후 코스닥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격이 빠질 시점이 오고 있다는 기대하에 소위 물타기, 즉 추가 매수를 하는 현상이 있다.”

지난해부터 고액 자산가들의 채권 투자 선호가 컸는데, ETF 시장에서도 채권형 ETF의 매수세가 커진 모양이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국내외 채권 투자가 꽃을 피우는 개화기라고 할 수 있다. 금리 수준이 많이 높아져 금리 하락 시 큰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장기 채권의 매력이 커졌다. ‘KODEX미국채 울트라30년선물(H)’은 금리 하락 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올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채권형 ETF로 꼽힌다. 3월 말 기준 현재까지 순매수 규모는 789억원에 달한다. 3월 월간 수익률은 3.56%, 연초 대비 수익률은 4.5%다.”

채권에 직접 투자하면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이 붙지 않는다. 채권형 ETF보다 채권 직접 투자가 낫지 않나.
“세제 측면에서는 채권 직접 투자에 비해 채권형 ETF 투자가 불리한 게 사실이다. 채권 직접 투자의 경우 가격 변동에 따른 시세 차익은 비과세고, 이자소득에 대해서만 15.4%의 세금을 적용한다. 반면 ETF나 펀드로 채권 투자를 하면 시세 차익과 이자와 배당 수익에 대해 모두 15.4%의 소득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채권형 ETF가 채권 직접 투자보다 유리한 점도 많다. ETF는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고, 직접 매수에 비해 거래 편의성이 있고, 포트폴리오 형태로 투자할 수 있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를 통해서도 채권에 투자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KODEX 23-12 은행채(AA+ 이상) 액티브’는 올해 1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액티브 ETF로, 우량 신용등급의 은행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ETF는 만기가 있어 만기 시점에 투자 원금과 이자를 돌려준다.”

시장 변동성을 피해 안전하게 자산을 굴릴 수 있는 상품은.
“KOFR금리 액티브 ETF는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를 기반으로 한 ETF로, 시중은행의 파킹통장처럼 매일 이자를 받아 복리 효과를 낼 수 있다. 인터넷뱅크 파킹통장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다. 미 연준의 단기 기준금리인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을 추종하는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 ETF도 있다. 글로벌 대표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할 수 있고, 미 기준금리 수준의 높은 금리를 수취할 수 있어,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 담아 운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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