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유학비, 언제 송금할까
“유학 중인 아들에게 송금해야 하는데 환율이 너무 올라서 언제 보내야 할까요?” 환율 상승기에 자주 듣는 질문이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지난 1월 달러당 1229원이었던 환율이 3개월 만에 100원 넘게 올랐다. 같은 액수의 달러를 보내려면 8% 넘게 더 많은 돈을 보내야 하니 부담이 적지 않다. 수출입 하는 기업에도 이런 변동성은 부담이다. 앞으로 환율은 어떻게 될까.
원·달러 환율은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움직인다. 첫째는 국제 요인이다.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는 국내 요인이다. 무역으로 성장한 나라답게 무역수지가 근본적인 변동 요인이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도 무역수지의 추세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년 동안 최저 1215원에서 1446원까지 움직였다.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때는 2022년 9월부터 10월 말까지다. 9월 25일 최고점을 기록했고 10월 말까지 1400원 이상을 유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0.7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가 여타 국가들에 비해 급속히 오른 탓이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정책으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8개월간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2년 9월 28일 114.78로 정점을 찍었다. 원화 가치는 이 기간에 지속 하락해 달러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미국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달러 가치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4월 17일 100.7대로 떨어져 101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6개월 만에 12%가 넘는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달러의 상대적 가치는 앞으로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약화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졌다. 지난 3월 발표된 연준 위원의 점도표에서도 가장 많은 위원이 올해 최고 금리를 5~5.25%로 전망하고 있다. 둘째,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 금리 인상 부담이 커졌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금융 불안 조짐까지 나타나 인상 기조가 더는 지속되기 힘들다. 셋째, 미국 이외 주요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침체 압박을 받아온 유럽과 영국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고 중국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본격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유로화, 파운드화, 위안화 등 주요 통화 가치가 오르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에 의한 달러의 상대적 가치 상승은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들 전망이다.
문제는 내부 요인이다. 무역수지가 14개월째 적자 행진이다. 적자 규모도 늘고 있다. 이미 3월에 지난해 무역적자 478억달러(약 63조6200억원)의 절반이 넘는 240억달러(약 31조9400억원)를 넘어섰고 4월 들어 누적 적자 규모는 265억달러(약 35조2700억원)를 웃돌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달러 수급을 종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경상수지도 지난 1월 적자를 시현했다. 에너지 수입이 많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지정학적 영향 탓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비슷한 여건에서도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의 흑자를 꾸준히 유지해 온 것을 생각하면 대외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환율 상승이 무역적자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는 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은 증가하고 수입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환율의 영향인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4월 들어 수입이 11.7% 줄어 11% 감소한 수출에 비해 더 많이 줄었다. 그러나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한 연계성이 높아 이전에 비해 환율 효과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1년 ‘글로벌 가치 사슬 연결 지수(Global Value Chains Connection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GVC(글로벌 가치 사슬) 연계 비중은 0.577이다. 특히 제조업 부문 중간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환율 상승이 대외 경쟁력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효율성 개선과 기술력 제고라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중요하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변동성도 높아지고 있어 외환위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와 달리 미국의 통화정책은 더 이상 환율 상승 요인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남은 것은 우리나라의 대외 경쟁력 추이다. 무역수지를 개선해야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항상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과제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