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향의 스타일노트 <33>] 포스트 팬데믹 다시 폭죽 터뜨린 뮤직 페스티벌 패션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2023. 5. 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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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뮤지션 최초 2023년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선 블랙핑크.블랙과 핑크가 믹스된 무대 의상은 돌체 앤 가바나 작품이다. 사진 블랙핑크 인스타그램

글로벌 뮤직 페스티벌의 화려한 귀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잠시 멈췄던 페스티벌이 2022년부터 다시 시작됐다. 그리고 2023년, 대규모 글로벌 페스티벌로 완벽하게 돌아오며, ‘페스티벌 패션’도 함께 눈부신 폭죽을 터뜨렸다.

그 하이라이트는 2023년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이하 코첼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콜로라도 사막에 있는 코첼라 밸리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뮤직 페스티벌이다. 특히 2023년 코첼라는 블랙핑크가 아시아 뮤지션 최초 ‘헤드라이너(페스티벌에서 가장 좋은 시간대와 무대에서 공연하는 밴드나 그룹)’로 서서 뜻깊다.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현 케이노트 대표, 전 보그 코리아 패션 디렉터

K팝 스타 패션과 코첼라 페스티벌

코첼라의 대형 무대 위에 핑크빛 조명의 초대형 한국 전통 기와지붕 구조물과 함께 태극기가 세워졌다. 부채춤을 활용한 댄스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한국적인 미를 보여주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동시에 블랙핑크의 무대 의상이 전 세계에 바이럴을 타고 퍼져 나갔다. 블랙핑크는 그룹 이름을 따라 블랙과 핑크가 섞인 의상을 입었는데, 뷔스티에(bustier·브래지어와 코르셋이 연결된 여성용 상의)와 시스루 룩(see through look·비치는 소재로 피부나 속옷이 드러나는 룩), 꽃 코르사주(corsage·꽃 모양의 장식) 등으로 디자인한 무대 의상은 돌체 앤 가바나 작품으로 2023년 봄·여름 시즌의 주요 트렌드를 조합한 컬렉션과도 같았다. 또한 블랙핑크의 의상은 무대 의상을 뛰어넘어, 전통적인 페스티벌 룩의 아이코닉 아이템으로 스타일링되어 더욱 화제성이 있었다. 프린지(fringe·의상이나 숄, 스카프 가장자리의 술 장식), 가죽 바이커 재킷, 컷아웃(cut-out·옷의 일부분을 모양을 내어 잘라내는 디자인)된 크롭트 톱(cropped top·짧은 상의)과 쇼트 팬츠, 사이하이 부츠(thigh-high boots·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롱부츠), 워커 부츠(walker boots·군화 스타일의 부츠) 등은 대표적인 페스티벌 패션 아이템이다.

1 헤일리 비버는 그런지 룩 스타일의 페스티벌 패션으로 코첼라를 즐겼다. 사진 헤일리 비버 인스타그램 2 넷플릭스 ‘웬즈데이’로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제냐 오르테가의 페스티벌 패션. 사진 제냐 오르테가 인스타그램 3 카일리 제너는 화이트 바이커 재킷과 시스루 톱으로 연출했다. 사진 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4 알렉산드로 앰브로시오의 모던 히피 스타일의 페스티벌 패션. 사진 알렉산드로 앰브로시오 인스타그램

페스티벌 패션의 역사

페스티벌 패션의 타임라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1969년 우드스톡 록 페스티벌(이하 우드스톡)이 있다. 1960년대 우드스톡에 몰려든 젊은 세대들은 1940년대와 1950년대의 기성세대에 반항하는 사이키델릭 패션(psychedelic fashion·1960년대 유행한 환각제로 인한 몽환적 감각과 경험을 독특한 프린트와 자극적인 컬러로 표현한 패션), 해체되고 찢어진 데님, 크로셰(crochet·코바늘 뜨개질) 상의, 자유와 반전의 상징인 꽃 장식과 꽃 프린트를 입었고 과감한 노출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또한 많은 이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원주민 등 다양한 문화의 핸드메이드 작품과 도시 생활에 대한 반발로 전원풍의 페전트 블라우스(peasant blouse·유럽 농부가 즐겨 입었던 등이나 가슴에 주름 또는 장식 스모킹을 넣어 낙낙하게 만든 블라우스)와 폭이 넓은 롱스커트를 입었다. 우드스톡 참가자들의 패션은 히피 패션과 함께 페스티벌 패션의 아이콘으로 지금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1970년대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이 주요 뮤직 페스티벌이 됐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사우스웨스트 잉글랜드 서머싯주에 있는 필튼 농장에서 열리는 현대 종합 예술 페스티벌로, 현재까지 열리고 있는 영국 최대 규모의 뮤직 페스티벌이다. 진흙탕 범벅의 공연장과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총출동하며 명성을 떨치게 됐는데, 이때 ‘페스티벌 패션’이라는 고유명사가 탄생했다. 2000년대가 되며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를 통해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글래스톤베리 스타일이 창조됐다. 몸에 딱 맞는 코트, 헐렁하게 걸친 벨트, 튜닉 드레스(tunic dress·일자로 라인이 슬림한 드레스), 진흙투성이의 헌터(Huter) 레인부츠가 상징적인 룩이다.

1991년에 시작된 미국 시카고 중심의 대규모 종합 음악 장르 롤라팔루자(Lollapalooza)는 1990년대 반항과 하위문화의 페스티벌 패션을 남겼다. 그런지 룩(Grunge Look)은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와 펄 잼 같은 그런지 록 밴드의 음악과 스타일에서 탄생했는데, 중고 의류 매장에서 구매한 듯한 너무 크거나 작은, 또는 낡아 보이는 의상을 자유롭게 스타일링한다. 또한 브릿팝 팬들은 유니언 잭, 버킷 모자, 해링턴 재킷 등을 독특하게 스트리트 스타일로 믹스해 입고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페스티벌 아이코닉 아이템 돋보여

2023년 4월의 코첼라는 페스티벌 패션 위크 같았다. 전 세계 메인 패션 위크가 코로나19 이전으로 완벽하게 되돌아온 것처럼, 코첼라도 완전하게 부활해 예전처럼 자유롭고 독특한 페스티벌 패션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 켄달 제너는 심플한 크롭트 톱, 골반에 걸쳐 입는 로 라이즈(low-rise) 팬츠, 글래디에이터 샌들(gladiator sandal·고대 검투사들이 신던 스타일의 샌들)의 페스티벌 아이코닉 아이템을 미니멀하게 스타일링했고, 동생 카일리 제너는 레이스 장식의 화이트 시스루 톱, 긴 트임의 데님 롱스커트, 화이트 바이커 가죽 재킷에 화이트 선글라스와 커다란 실버 이어링으로 액센트를 주었다. 제너 자매의 패션은 전설적인 케이트 모스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룩의 2023년 에디션과 같다. 저스틴 비버의 배우자이며 패션 아이콘인 헤일리 비버는 낡은 듯한 빈티지 느낌의 화이트 캐미솔에 벗겨질 듯 헐렁한 오버사이즈 빈티지 데님 팬츠를 커다란 버클 벨트, 커다란 골드 이어링, 목에서 허리까지 이어지는 보디 체인으로, 자신만의 그런지 룩을 연출했다. 헤일리 비버의 페스티벌 룩은 1990년대 롤라팔루자를 뒤덮었던 그런지 룩을 연상시켰다. 또한 넷플릭스 ‘웬즈데이’로 세계적 스타가 된 제냐 오르테가는 블랙 시스루 톱에 반다나를 두르고 데님 쇼트 팬츠를 입고 코첼라를 즐겼다. 우드스톡 스타일의 후예도 있었다. 모델이자 배우인 알렉산드라 앰브로시오는 크로셰 니트 톱에 컷아웃된 플레어 팬츠(flare pants·아래로 내려가며 점점 퍼지는 나팔형 바지), 스웨이드 새들 백 등으로 모던 히피 룩을 연출했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뮤직 페스티벌은 패션의 시대정신을 담고 당시의 유스 컬처(youth culture)를 보여주는 상징이자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대적 정신보다는 각기 다른 자신의 개성을 뽐내고 즐기는 이름처럼 축제 패션이 됐다. 튀어야 하고, 대담하고, 독특하고, 개성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현재 페스티벌 패션의 드레스 코드라 할 수 있다. 또한 시상식의 레드 카펫 패션처럼 페스티벌 패션은 패션 역사에 중요한 하나의 장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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