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화의 자리, 10명 중 8명이 던지는 질문..."이것은 과학?"

황아현 기자 2023. 5. 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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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별자리가 어떻게 되세요"

처음 본 이에게 이 같이 물은 적이 있는가. '요즘' 세대들에게 이 같은 질문은 '철 지난 질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느새부턴가 정적이 흐르는 첫 대화 자리에서 어색함을 깨는 공통 질문은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 MBTI)'가 돼 버렸기 때문.

MBTI는 성격·심리 유형 검사다. 외향과 내향 두 개의 태도 지표와 감각-직관, 사고-감정 두 개의 지능 지표에 대한 개인의 선호도를 밝혀, 4개의 선호 문자로 구성된 개인의 성격 유형을 알려준다.

◆ "MBTI가 어떻게 되세요"...이제는 일상적 대화 주제·서로간 이해 첫 '관문'?

MBTI 관련 질문은 일상적인 대화 주제, 서로간 이해를 돕기 위해 던지는 '첫 질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3월 10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5~19세 성인 1천명을 상대로 진행한 '자아 정체성 및 MBTI 관련 인식 조사'에선,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80.2%)이 MBTI 확산 현상을 체감하고 있었다.

MBTI 검사를 받아봤거나, 받을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86.3%로, 매우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2021년(47.3%)과 올해(78.3%)를 비교했을 때, MBTI 유형 관련 질문을 받은 경험은 31%나 증가했다. 또 다른 이에게 MBTI 유형에 대한 물음을 던진 경우도 2021년(28.6%) 대비 올해(48%) 19.4% 늘었다.

◆ 응답자 57% "내 성격과 거의 일치...이 정도면 MBTI는 과학?" 

MBTI 검사를 받아 본 이들은 대체로 결과에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사 경험자 10명 중 7명(70.3%)은 그 결과가 실제 자신의 성격과 일치하다는 경우가 많다는 데 높은 공감도를 나타냈다. 또 알려진 성격 테스트 중에선 제일 잘 일치하는 테스트인 것 같단 평가도 절반을 넘는 57.8%에 달했다. 반면 검사 결과와 내가 생각하는 '나'는 좀 다른 것 같단 응답은 16.9%에 불과했다.

응답자 10명 중 6명(60%)은 MBTI 결과로 타인을 좀 더 이해하게 됐다고 평가했고, 인간 관계에 좋은 팁이 되는 것 같다(49.8%)고도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20대 78.7%, 30대 73.7%, 40대 51.4%, 50대 48.4%로, 비교적 저연령층일수록 또래의 검사 결과를 궁금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 놓인 2030세대에서 이 검사를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통계다.

이 같이 높은 신뢰도 등을 얻고 있지만, 일각에선 MBTI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응답자 83%는 'MBTI를 통해 상대방을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36.9%는 '자신을 정해진 틀에 규정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 MBTI 검사, 왜 성행하는가

MBTI 검사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배경에는 '자아정체성을 탐구하고자'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응답자(중복 응답) 10명 중 7명(65.9%)은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어하는 바램이 컸다. 또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72% 동의율),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대한 궁금증(68.7%)도 많은 편이었다.

이러한 궁금증 해결을 위해 스스로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질문을 던지는 경우(50.3% 동의율)도 적잖았다.

반면 응답자 절반 가량(50.3%)은 '인생을 살면서 자신에 대해 파악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자아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MBTI 검사의 높은 관심으로 이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주변 사람들 성격과 특징을 알고자 하는 욕구(62.4% 동의율)도 높게 평가되고 있었다. 실제 (중복 응답)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을 찾아보고 싶다'(66.1% 동의율), '궁합이 잘 맞는 성격이라면 상대에게 왠지 호감이 생길 것 같다'(65%)는 답이 응답자 10명 중 7명 정도로부터 나왔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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