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입양 '기지촌 아이' 47년만에 가족 상봉

김경미 기자 2023. 5. 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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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에 프랑스로 입양됐던 산드라 갈로치 울만(한국명 정산드라·61) 씨가 47년 만에 한국을 찾아 이부동생들과 만났다.

8일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달 8일 강원 원주에 사는 이부동생 이광진(50) 씨의 집을 찾아 또 다른 이부동생 이종배(42) 씨 등을 함께 만났다.

하지만 입양 가정에서 친모와 연락을 이어가는 것을 꺼려하는 상황에서 정 씨도 1976년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아 친모와 만난 후 연락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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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입양 3년후 친모 연락끊겨
친모 사망소식 듣고 韓에 수소문
지난달 이부동생들과 만남 성사
정산드라 씨의 어릴 적 모습(왼쪽)과 현재 모습. 사진 제공=정산드라 씨 및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서울경제]

11세에 프랑스로 입양됐던 산드라 갈로치 울만(한국명 정산드라·61) 씨가 47년 만에 한국을 찾아 이부동생들과 만났다. 1953년 한국전쟁 이후 얼마간은 전쟁 중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거나 미군 부대 근처 기지촌에서 태어난 아이들 다수가 우리 사회의 냉대 속에서 한국을 떠났다. 정 씨 역시 그렇게 해외로 갔던 수많은 입양아 중 한 명이다. 정 씨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과 가족과의 상봉 스토리는 한국·프랑스 합작 다큐멘터리 영화 ‘산드라(가제)’를 통해 그려질 예정이다.

8일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달 8일 강원 원주에 사는 이부동생 이광진(50) 씨의 집을 찾아 또 다른 이부동생 이종배(42) 씨 등을 함께 만났다. 그리고 1997년 오랜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친모의 산소를 찾아 눈물로 늦은 인사를 건넸다.

입양 기록 등에 따르면 정 씨는 주한 미군 소속으로 경기 평택에서 근무한 친부와 기지촌에서 가정부로 일한 친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 근무가 끝난 후 미국으로 돌아간 친부는 한동안 편지 등으로 정 씨 모녀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어느 순간 연락을 끊었다. 미혼모로 정 씨를 홀로 키워야 했던 친모는 정 씨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국외 입양을 택했다. 정 씨 역시 프랑스로 가기를 원했다.

47년 만에 가족과 상봉한 프랑스 입양 한인 정산드라(왼쪽) 씨가 강원 원주의 이부동생 이광진(가운데) 씨 집을 찾아 광진 씨 및 또 다른 이부동생 이종배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1973년 5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의 한 가정에 입양된 정 씨는 이후로도 3년간 친모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입양 가정에서 친모와 연락을 이어가는 것을 꺼려하는 상황에서 정 씨도 1976년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아 친모와 만난 후 연락을 끊었다. 친모는 이미 다른 가정을 꾸려 두 아이를 돌보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광진 씨는 정 씨가 어릴 적 프랑스행을 자처한 것이 자신을 비롯한 새 가족 때문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두 사람은 친모가 1988년 암 진단을 받았을 때와 1992년 정 씨가 둘째 아들을 출산했을 때 입양 기관을 통해 한 번씩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 씨가 우울증 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둘은 다시 연락이 끊어졌다. 그리고 1997년 친모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정 씨는 2020년 9월 뒤늦게 친모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남은 가족이라도 찾기 위해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올해 초 이부동생의 소재를 확인, 한 차례 등기 수신이 불발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두 사람의 극적 만남이 성사됐다.

한편 정 씨의 스토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돼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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