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차이’ 김온아ㆍ김민서 “처음 함께 뛰고 별까지 달았어요”
김민서, 최초의 신인왕+챔프전 MVP... "롤모델은 온아 언니..."
김온아, "민서가 경쟁력 있는 선수로 성장하도록 돕겠다"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뤄낸 여자핸드볼 삼척시청의 중심엔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합류한 ‘베테랑’ 김온아(35)와 ‘슈퍼 루키’ 김민서(19)가 있었다.
김온아는 핸드볼계의 최고 베테랑이다. TV 예능 프로그램(노는 언니)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슈퍼스타다. 팀 막내 김민서와의 나이 차는 무려 열여섯 살. 하지만 두 공격수는 환상적인 공격 호흡을 뽐내며 삼척시청의 정규시즌 우승과 챔프전 우승까지 일궜다. 김온아는 챔프전 우승 직후 본보와 인터뷰에서 “나도 팀을 옮겨 삼척시청은 처음이었고 (김)민서는 실업리그 첫 시즌이었다”면서 “두 신인이 함께 팀 우승에 기여할 수 있어서 더 기쁘다”라고 웃었다.
‘디펜딩 챔피언’ 삼척시청의 올 시즌 전망은 밝지 않았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의 주역들이 은퇴와 이적으로 팀을 빠져나갔다. 삼척시청의 자랑이었던 ‘철벽 수비’ 라인은 낮아졌고, 새 멤버가 많아 호흡도 잘 맞지 않았다. 김온아는 “시즌 전 일본 전지훈련 때 ‘우리가 과연 누굴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시즌을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좋은 골키퍼(박새영)를 믿고 공격수는 속공으로 풀어가자’는 전략을 짰다”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삼척시청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28.6점을 올리며 ‘공격의 팀’으로 변모했다. 방패를 앞세워 우승한 지난 시즌(경기당 23.2점)보다 무려 경기당 5.4점이나 많아졌다. 팀 득점 600득점을 넘긴 것도 2011년 이후 올 시즌(602득점)이 처음이다.
또 다른 우승 주역 김민서는 지난해 세계여자청소년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면서 국내외 핸드볼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선 전체 7순위로 이름이 불렸다. 작은 키(160㎝)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김민서는 그러나 데뷔전에서 8골 6도움으로 폭발하더니 시즌 득점 2위(142골)에 도움 4위(97개), 슛 성공률은 무려 67.3%를 찍으며 보란 듯이 실력을 입증했다. 김민서는 “중ㆍ고교 땐 ‘키가 좀 더 컸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장점인 빠른 스피드를 살리는 게 현명한 대책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또 후순위로 지명받는 바람에 삼척시청에 와서 롤모델인 (김)온아 언니와 함께, 그것도 주전으로 뛸 수 있었다. 후순위가 오히려 내겐 행운이었다”라며 웃었다.
챔프전 1차전에서 팀은 승리했지만 김민서 개인은 주춤했다. 김민서는 “1차전 땐 평소보다 너무 소극적으로 플레이했다”면서 “2차전에선 언니들에게 상대 수비가 몰리니 ‘내가 좀 더 공격적으로 풀어 보자’고 마음먹었다”라고 돌아봤다. 그리고 2차전에서 양 팀 최다인 11득점을 올리며 챔프전 MVP를 차지했다. 김민서는 정규리그 신인왕도 받았는데, 2011년 핸드볼리그 출범 이후 챔프전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받은 것은 김민서가 처음이다. 김민서는 “챔프전 MVP로 불릴 때 정말 당황했다. 전혀 예상 못 했다”면서 “아마 첫 시즌이라 다른 팀에서 내 플레이 스타일을 빨리 파악하지 못해 득점이 잘 나온 것 같다”라며 몸을 낮췄다.
김온아도 “둘이 있을 때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내게 수비가 몰렸을 때 민서가 해결할 능력이 있다”라고 칭찬했다. 김온아는 특히 “속공 연결, 흐름을 끊거나 이어가는 경기 조절 능력 등 팀플레이를 무기로 장착한다면 2, 3년 뒤 성인 국가대표팀 경쟁력도 있다”면서 “나 역시 민서의 성장을 옆에서 돕고 싶다”고 대견해했다.
김민서는 그러나 “올 시즌 내 플레이는 60점”이라고 냉정한 자가 진단을 했다. 그는 “온아 언니처럼 시야를 넓게 보고 경기를 풀 줄 알아야 한다”면서 “또 (키가 작아서) 스탠드 슛 등 타이밍 빼앗는 슛을 보완하고 싶다. 이를 위해 웨이트를 열심히 해 덩치 큰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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