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도매시장 민간개방···가스公 독점체제 무너지나
SK E&S 등 수입분 자체 소비해야
개방 땐 도시가스회사에 판매 가능
공급가 하락에 GDP 2030년 17조 ↑
공사 미수금 늘어 비축 이미 민간 맡겨
장단점 취합후 개방수준 결정 할 듯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도매 시장의 민간 개방을 포함해 가스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마련에 나선다. 현재 한국가스공사(036460)가 사실상 독점한 국내 가스 유통 시장을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이는 한국전력이 독점 중인 송배전 사업의 민간 참여를 검토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가스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도매 부문 진입 규제 △배관 시설 공동 이용 제도 △LNG 직수입 진입 규제(30일분 저장 시설 보유) 등이 가스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규제가 시장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되면 공정위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관계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시정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가스 도매 시장의 개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 가스 시장에서 배관 수송과 도·소매는 모두 한국가스공사의 독점 체제다. SK(034730) E&S, GS(078930)에너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은 LNG를 수입할 수 있지만 수입 물량은 모두 발전용·산업용으로 자체 소비해야 한다.
하지만 도매 시장이 개방될 경우 민간 LNG 수입사들은 공공 발전소나 도시가스사에도 가스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가스 시장에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 가격이 하락해 소비자 편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간LNG산업협회가 2021년 공개한 ‘천연가스 시장 선진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가스 도매 사업에 일부라도 경쟁을 도입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2025년 7조 4000억 원, 2030년 17조 1000억 원 이상 증가한다. 전력 산업 공급가 등이 하락하는 결과로 풀이된다. 가스 소비자 가격은 2025년 6.5%, 2030년 9.3%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스공사가 독점 중인 가스 배관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가스 배관 시설 건설·운영 사업 부문을 다른 사업과 분리해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스 시장에 대한 자율성·효율성 보장의 전제 조건”이라며 “판매 부문과 설비 부문을 겸하는 사업자가 있을 경우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고 다른 설비 이용자에게 비차별적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급증하면서 정부는 이미 가스 비축 의무를 민간과 나누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2023~2036년)’에서 “가스 수급 위기 시 직수입자의 여유 물량을 가스 도매 사업자인 가스공사가 수급 위기 해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판매 또는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 계류된 자원안보특별법은 민간에 비축 의무를 부여하되 재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필수재인 가스 시장에서 민간 참여가 늘어나면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가스 시장에 경쟁 체제를 도입한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지난 10년간 평균 LNG 도입 단가는 MJ당 0.5원 차이에 불과했지만 일본 주택용 도시가스 공급 가격은 MJ당 32.33원으로 우리나라의 3배 수준이다. 가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가스 시장 전면 개방 논의가 있었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며 “도매 시장을 어느 수준으로 개방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안이 나와봐야 유불리를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정부가 한국전력 독점 체제였던 전력망 투자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상황과도 유사하다. 산업부는 2036년까지 필요한 송변전 투자 비용을 56조 원 이상으로 추산하면서 부족한 재원을 민간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호남권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이른바 ‘서해안 전력 고속도로 사업’이 민간투자를 받게 될 첫 사례로 거론된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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