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다가오자 지역 퍼주기 … 與野 한통속
부울경 지역에 예산 지원
野, 지역화폐 법제화 추진
'이재명 예산' 배정 의무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실세 의원들이 중앙정부 세수를 동원해 자신들의 지역구에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하는 법안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야당은 '이재명 예산'으로 불리던 지역화폐를 법제화해 예산을 의무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8일 국회에 따르면 행정안전위원회는 현재 국세에서 정해진 비율을 떼어내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보태주는 지방교부세와 별개로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해 해당 지역에 매년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하도록 하는 '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2014년 우리나라도 방사능방재법이 개정되면서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원전 반경 내 30㎞로 확대됐다. 이에 현행 지방세법에 따라 지역자원시설세 등 재정 지원을 받는 원전 소재 지역 외에 지원이 없는 원전 인근 지역 23개 기초단체도 방재계획 수립 및 훈련 등에 교부세 형태로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해당 논의는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전략기획부총장)이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주도하고 있다. 교부세 신설 시 혜택을 보게 되는 지자체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부산·울산·경남지역 여당 의원들의 지역구가 상당수 포함됐다.
논의 중인 법안은 현재 내국세 총액의 19.24%인 지방교부세율을 19.30%(박성민 의원안)나 19.42%(이상민 의원안)로 올려 추가 확보분을 원자력안전교부세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교부세를 신설하면 내국세의 일정 부분이 자동으로 특정 지자체의 재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세수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연말 예산안 논의 때 정부와 실랑이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지역구 재정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법안 비용추계에 따르면 23개 지자체에 5년 평균 연 2404억원에서 5149억원이 추가로 지원될 수 있다. 지자체별로 100억~220억원씩 돌아갈 수 있는 규모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기초지자체들의 직접적 재정 지원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교부세 신설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최근에 열린 법안소위에서 "교부세는 기본적으로 특정 지자체를 지원하는 목적이 아니라 전국 243개 지자체를 모두 지원하는 지방재정의 형평성을 조정하는 교부세로 활용하고 있다"며 "(원전과) 관련된 지자체를 지원하기 위해 교부세를 증액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의 소위 '실세'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줄줄이 법안 지원에 나서 정부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이 지난 2일 주최한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토론회'에는 김 대표를 비롯해 여당 실세가 총출동했다. 김 대표는 "방사선 위험에 노출된 주민들을 위한 법률적·정책적 지원책 없이 지자체에만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지금이 불합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행안위원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행안위 위원장으로서 우리나라가 안정성과 경쟁력을 모두 겸비한 강력한 원자력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뒷받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기계적으로 국세의 일정 비율을 떼주는 교부세 형태의 지자체 지원은 재정의 효율적 집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미 학계에서는 교부세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역 재정 지원이나 사업 예산을 아예 법제화하려는 시도는 총선을 앞두고 계속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역화폐를 법으로 제도화해 매년 정부가 예산을 의무 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예산안 심사 당시 기획재정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민주당이 반발하며 예산안 확정이 지연된 바 있다.
여야는 지난달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 이하에서 1000억원 이하로 완화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보류하기도 했다. 사업비가 20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대구·경북(TK) 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은 여야가 합작해 국회를 통과시켰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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