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정치활동 금지 강령 신설한 TBS, 제2의 김어준 사전 차단?
시의회 "특정 세력 편향" 지적 후 강령 신설… 구성원 우려 목소리
TBS "서울시가 산하 출연기관에 일괄 요청… 기본적 소양 얘기한 것"
"방송 내용 행동강령 위반으로 접근하면 언론에 또 다른 문제 일으켜"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탐색하는 TBS가 임직원의 정치활동을 규제하는 행동강령을 신설하면서 일부 구성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추경의 키를 쥐고 있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이 최근 지속적으로 일부 구성원이 편향됐다며 TBS 대표에 징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번 행동강령 신설을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편향성을 지적받았던 프로그램의 사전 차단 조치로 해석하는 시각을 놓고 전문가들은 행동강령이 아닌 저널리즘적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TBS에 따르면 TBS는 지난달 17일 임직원 행동강령으로 제8조(부당한 정치활동 등 금지)를 신설, 지난 3일 이사회에 보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근무시간 중 업무와 무관한 취미, 종교, 정치활동 등 금지 △'정당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관련 법령 위반한 부당한 정치활동 금지 △관련 법령에 의한 적법한 정치활동을 하더라도 기관의 정치활동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주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서울시 감사위원회 요청 결과에 따른 것이다. TBS가 사내 게시한 글에 따르면, 일부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소속 임직원이 근무시간에 직원들에 정당가입을 권유한 사례가 있었고 이에 지난해 12월 감사위원회가 지적 및 개선을 요구했다. 이후 TBS를 포함한 서울시 출연기관 20곳에 행동강령 신설 관련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TBS 관계자는 8일 미디어오늘에 “해당 내규는 타 언론사나 공공기관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내용”이라며 “최근 서울시가 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관련 내규 신설을 일괄 요청함에 따라 TBS도 이를 수용하였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이 TBS 내 특정 세력이 편향됐다며 대표에 징계 등을 촉구한 뒤 관련 조항이 신설되면서 일부 구성원들은 조항의 의미를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에 추경을 설득하기 위해 TBS가 행동을 취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구성원 우려가 반영돼 신설 조항 중 '부당한' 표현을 '위법한'으로 바꾸고, '부당하게'라는 표현을 삭제해 해석의 여지를 좁히자는 의견이 공식적으로 나온 상황이다.
[관련 기사 : 추경 가능성 생존 몸부림 TBS 앞에 강경한 서울시 의회]
정태익 TBS대표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임직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문으로 선언적 규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징계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소양과 덕목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TBS의 행동강령 신설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동아일보는 조항을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으로 불거졌던 정치 편향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이에 방송 내용을 정치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해당 보도처럼 행동강령 신설로 '뉴스공장'이 차단된다면, 이전에 뉴스공장을 만들었던 구성원들은 사실상 정치활동을 한 것이라는 말이 된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통화에서 “행동강령을 뉴스공장과 연결시키면 해당 방송이 사실상 정치활동이었다 규정하는 것인데 이것은 큰 문제가 있다. 저널리즘적으로 비평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닌 행동강령 위반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 그건 언론에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석 전국언론노동조합 노무사는 “방송의 내용을 강령으로 엮을 순 없다. 그것은 편성의 자유, 언론 자유에 해당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행동강령에 포함된 표현이 언론사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당법', '공직선거법' 등 각종 법령을 나열한 것이 언론사 행동강령으로 보기엔 어색하다는 것이다. 독립 미디어재단과 서울시 출연기관 사이에 놓인 TBS의 딜레마가 이번 행동강령으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장영석 노무사는 “신설된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면 크게 무리 있는 부분은 없다. 법령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공직선거법' 등 법령이 명시되는 게 언론사 강령치고는 어색하고 정치활동이란 표현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도 현 TBS의 상황을 고려하면 구성원들에 경고하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언론사는 당연히 소속 기자들의 정치활동 범위와 한계를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정당을 가입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구체적 내용 없이 관련 법령이 나열된 것은 아무래도 서울시 출연기관에 해당하는 방식이라 언론사 정체성에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행동강령을 다시 만드는 과정을 통해 내부 구성원들이 정치적 중립에 대해 논의하고 '뉴스공장'이 문제였다면 그것에 대한 성찰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이렇게 출연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행동강령을 가져온다 해서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연속 예산 삭감으로 작년 인건비 수준의 예산을 책정받아 '제작비 0원'을 호소하고 있는 TBS는 추경이 간절한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추경안을 편성하더라도 서울시의회 의결이 필요해 통과는 미지수다. 정태익 TBS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6월 이후 예산이 모두 비는 상황”이라며 “송신소, 임차료, 전용 회선 사용료 그리고 한글과컴퓨터 같은 그런 상용 소프트에 대한 구입 비용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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