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놀러갈까?" 플러팅하는 야구방망이…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신원철 기자 2023. 5. 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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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가방 유니버스의 공이, 배티, 그리고 만들고 보니 박세혁과 닮았다는 글러비(와 박세혁). ⓒ 인스타그램 캡처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개막을 앞둔 3월말, 인스타그램에 야구 장비를 모티브로 한 인형 캐릭터가 등장했다. 공이, 배티, 글러비. 대놓고 직관적인 이름을 한 이 캐릭터들은 대뜸 "엄마가 팔로워 1000명 되면 인형 만들어 준대"라며 팔로워들을 자발적 마케터로 만들었다.

이 계정의 이름은 '야구가방 유니버스'. 애써 티를 안 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묘하게 한 구단이 떠오른다. '공이'는 대문자 D가 적힌 청록색 모자를 쓰고 있고, 배티의 머플러도 같은 색깔이다.

팔로워 1000명을 돌파한 뒤에는 '포토카드' 이벤트를 열었는데, 이 포토카드는 NC 팀 스토어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정작 NC 다이노스 공식 계정은 야구가방 유니버스를 팔로우하지 않고 있다. 정체가 뭐지? 도대체 왜? 지난 4일 창원 NC파크에서 담당자 둘을 수소문해 이러시는 이유가 뭔지 물었다.

기자 : 보통 프로야구단에서 만드는 굿즈는 제작, 홍보부터 발매까지의 과정이 굳어져 있다. 그런데 '야구가방 유니버스'는 갑자기 인스타그램 계정이 나타나고, '팔로워 1000명을 만들어야 인형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해서 궁금증이 생겼다.

이선영 매니저(이하 영) : 1000명 공약은 입소문으로 팔로워를 모집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사실 신규 캐릭터 개발을 계속 얘기하고 있었는데, 간단한 스케치로 시작해서 제안을 올렸더니 인형을 만들어서 홍보하고 인지도를 높인 뒤에 굿즈로 개발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기자 : 먼저 샘플을 보여주고 만드는.

영 매니저 : 캐릭터의 호감도를 올린 다음에 굿즈나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기자 : SNS에 계속 '프사'용 짤을 만들어 올리고 있던데 같은 맥락인가.

영 : 요즘 그렇게 특정 캐릭터의 계정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방식이 유행하더라. 그걸 따라가면 어떨까 생각을 먼저 했다. 야구의 요소인 공, 배트, 글러브가 야구에 필요한 기본 소품이니까 그걸 활용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한결 매니저(이하 결) : NC에는 단디와 쎄리라는 마스코트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신규 캐릭터 개발에 대한 요구가 있어서 해보자고 시작은 했는데, 이게 시장에서 먹힐지 안 먹힐지(확신할 수 없어)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럼 콘텐츠를 먼저 내서 팬들의 반응을 보고 거기에 맞춰서 다음 단계로 가보기로 했다. 바로 상품을 생산해서 재고가 남는 것보다 소비자 반응을 보면서 만드는 방식을 시도한 거다.

약간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사실 샘플 인형은 단가가 꽤 비쌌다. 일단 콘텐츠에 예쁘게 노출돼야 하니까 이런저런 디테일이 많이 들어갔다. 반응을 보려고 최대한 예쁘게 만든 거다. 그리고 다음 단계를 하나씩 생각하고, 미션 같은 걸 정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팔로워 1000명을 빨리 채우고 싶어지더라. 그래서 새벽까지도 계속 소통하고 그런 것들이 많았다.

기자 : 처음 계정이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NC 다이노스 계정이 야구가방 유니버스를 팔로우하지 않고 있더라. 이것도 무슨 계획이 있는 것인가.

영 매니저 : 우리가 만들지만 캐릭터가 야구의 기본요소다 보니까 '범야구적'으로 가보자, 더 나아가서는 '범스포츠적'으로 가보자는 욕심이 있다.

기자 : ? 공이가 NC 모자를 쓰고 있는데.

결 매니저 : 원정 팬들이 팀스토어에서 사가는 굿즈를 보면 인형에 몰려 있더라. 그런 면도 감안했다. 모든 야구 팬들이 호감을 느끼도록 만들고 싶었다. 오히려 다이노스의 요소는 강조하지 않으려고 했다. 실제로 모자는 로고 없이 탈부착형으로 준비하고 있다.

기자 : 구단에서 만드는 상품이 그런 방향성을 갖는 게, 구단에서 보기엔 의아할 수 있을 것 같다.

영 매니저 : 사실 팀장님께서 '오케이' 하셔서….

결 매니저 : 이선영 매니저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무조건 하는 성격이라. 스케치도 다 직접 하고 일도 밤새가면서 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 일단 다른 구단에서는 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라 오히려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기자 : 포토카드는 빨리 만들 수 있는 상품이라 먼저 나온 것 같다. 앞으로 인형 외에 어떤 계획이 있는지.

영 매니저 : 일단은 한 번 해보고였는데 중간 계획도 있다. 포카나 부적 같은 것들이 유행하니까 이런 인쇄물을 중간중간 해보려고 한다. 팬들의 반응, 소통으로 해보려고 한다.

기자 : SNS에 '바이럴 될 만한' 상품을 만들겠다는 얘기 같다. 그런 아이템을 찾는 방법이 있나. 계속 '눈팅'하는 건가.

결 매니저 : 이분(이선영 매니저) 모니터 화면을 봐야 하는데…브라우저 탭이 손톱만큼 보일 정도로 뭘 많이 띄워놓는다. 저희는 MD 파트가 아닌데도 상품 개발 제작 과정을 바로바로 찾아낼 정도로 잘 안다.

▲ 야구가방 유니버스의 첫 번째 포스팅. ⓒ 인스타그램 캡처

기자 : 아직 성과를 말할 단계는 아니고, 홍보를 시작하는 단계인데

결 매니저 : 인형이 메인인 캐릭터다 보니까 인형이 나와야 진짜 반응을 볼 수 있다. 일단 인형이나 키링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 마음이 급하다. 인형은 업체와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 난도가 높은 상품이라 디테일이 많이 들어간다. 나는 단가나 마진을 생각해야 하니까 이거 빼고 저거 빼고 하는데…

기자 : 팬들은 이미 100%의 샘플을 봤기 때문에 단가를 맞춘 결과물을 보고 이게 무슨 소리요 할 수도 있지 않나.

결 매니저 : 그렇다. 지금 가장 큰 이슈가 공이 눈이다. 시중에 없는 부자재인데 일본에서 사오면 개당 2천원이다. 그럼 단가에서 엄청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설문조사도 한 번 했는데 (이선영 매니저가) 답을 정해놓고 해서. 내가 단가 때문에 어렵다고 부정적으로 말하니까 사람들이 원한다면서 근거로 내민 거다.

기자 : 주로 구매하는 고객층도 학생, 20대 쪽에 몰려있을 테니까 가격에 민감할 수 있겠다.

결 매니저 : 사실 물가도 많이 오르고 부자재 값도 너무 많이 올랐다. 우리 유니폼도 사실 팬들께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다. 그래서 고민이기는 하다.

단디나 쎄리처럼 구단 역사와 함께할 캐릭터라면 많이 뽑아도 되겠지만 지금은 검증된 게 없는 상태다. 팔로우가 이만큼 있다고 해도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건 다른 문제라서.

영 매니저 : 팔로워 수가 1만 정도는 돼야 구매력으로 이어지니까 끝까지 버텨보려고 한다. (끝)

▲ 경기 후 단상 인터뷰 자리에 글러비 인형을 들고 간 박세혁. ⓒ 인스타그램 캡처

#비하인드

기자 : 글러비가 박세혁을 닮았다는 말이 나온다. (새식구 환영을 위해) 의도한 것인가.

영 매니저 : 커뮤니티를 보니까 '빡러비'라고 부르시더라. 왜 그런가 보니까 박세혁 선수랑 글러비랑 닮았다고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그래서 엮어봐야겠다 하고 액셀을 밟았다. 반응은 좋았다. 그런데 또 너무 우리 선수들을 활용하면 다른 팀 팬들이 빠지더라. 이렇게 하면 안 되나 싶었다.

경기 전 마주친 박세혁 : 뭘 주길래 그냥 들고 나갔다. 닮았다길래 무슨 소린가 했는데 아내도 닮았다고 하더라. 지금 보니까 맞는 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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