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도 못끈다…전기료 40일째 방치
무기력 정부, 전기료 인상폭 못정하고 표류
한전 1분기 적자 5조 … 회사채 발행만 급급
◆ 표류하는 정책현안 ◆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부처의 정치권 눈치 보기, 무기력증까지 맞물리면서 전기요금 인상, 전세사기 대책과 같이 민생과 밀접한 정책들이 줄줄이 차질을 빚거나 뒤로 밀리고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유권자 표심만 의식한 포퓰리즘 성향 정책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고 당장 시급한 민생 현안을 앞장서서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처방 시기를 놓친 대표적인 정책은 40일째 표류하고 있는 2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이다. 대규모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집권 여당이 인상 폭을 놓고 여론 향배를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12일 전후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한전 영업손실은 5조2990억원으로 2021년 2분기 이후 8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한전은 올해도 2분기 이후 요금 동결 시 9조3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1월 전기요금을 역대 최대 폭인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올렸지만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계속되면서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전력 체계가 부실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기업들도 요금 불확실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 발행만 늘리고 있어 추후 감당해야 할 금융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시급한 민생 현안인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도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등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야당은 피해자 인정 범위를 대폭 넓혀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여당은 다른 피해 지원과 형평성 논란을 앞세워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초 특별법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지난 2일 전체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예정됐지만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워낙 커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방지 방안 등을 발표했지만 핵심인 전세보증금 반환 등은 포함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정책 실기'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5월 임시국회가 시작됐지만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을 놓고 여야 간 대립이 워낙 첨예해 주요 민생 법안은 세부 의사 일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해득실에 따라 정책을 재단하며 현안을 팽개치고 있다"면서 "여당이 책임감을 갖고 먼저 야당 설득에 나서 정책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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