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신산업 힘 모은다 … 기시다 "韓日 기업인 먼저 나서달라"
강제징용 배상 등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이 10억원씩 출연하기로 한 한일미래파트너십기금(이하 미래기금)의 구체적 윤곽이 10일 나올 예정이다. 일본 전범기업이 참여할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약 참여가 결정될 경우 한일 외교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내 6대 경제단체장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해당 기금 운영에 대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애초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겨 50분간 진행됐다.
회동에 참석한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은 "미래기금 조성과 관련해 공동운영위원장 자격으로 이번주 일본에 갈 예정이며 운영위원들은 한일 재계 인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이단렌(일본 경제단체연합회)과 현재 협의 중인데 일본 측에 2명의 운영위원을 모시는 방안을 논의 중이고, 운영위원회는 금명간에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 운영위원으로는 2명의 현지 재계 인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미래기금에 일본 측 전범기업이 참여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경련 측은 "10일 일본 도쿄 현지에서 열리는 기금 관련 기자회견에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회동 직후 김 대행은 "(기시다 총리에게) 기금 조성 관련 협조도 잘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결국 전범 피고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이 어떤 방식으로 미래기금 조성에 참여할지에 따라 기금 조성 속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이들 기업은 한국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강제징용 배상 해법 '제3자 변제'의 주체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도 아직 출연하지 않았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을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월 제3자 변제 해법 결단에 대한 답례 성격으로 규정하고 서울행에 나선 만큼 일본 재계도 어떤 식으로든 양국 정상 노력과 결단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해당 기금에 대해 일본 정계가 먼저 움직이면 삼성전자·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도 양국 민간 교류 협력에 참여할 명분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날 기시다 총리와 만난 국내 경제단체장들은 "한일 양국이 기술과 자원 개발에 힘을 합쳐 제3국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기시다 총리는 "양국 경제협력에서 기업인들 역할이 중요하며 두 나라 경제 공급망 부문에서도 기업들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기시다 총리가 상당히 겸손한 말투로 말해 신뢰가 갔다"고 전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가 한일 경제협력에 대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경제단체장들 역시 각자 건의사항들을 내놨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회동에서 한일 양국 간 반도체나 배터리 동맹을 제안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런 세부적인 내용은 없었고 공급망 부문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고 답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기시다 총리가 방한 직후 현충원을 참배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전문가 현장 파견을 허락해 준 점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했다"며 "총리는 경제, 안보, 공급망에 높은 관심도 표명했다"고 말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수소 등 에너지 신기술 개발이나생산·공급 협력 또는 제3국 공동 진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간담회 직후인 8일 오후 일본으로 출국해 11일까지 일본 현지에서 정·재계 인사를 면담하고 한국 기업의 수출 판로 확대를 위한 전시 상담회와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무역협회는 두 차례 한일정상회담 이후 최초로 일본 현지에서 대규모 한국 상품 전시회를 연다. '제22회 도쿄 K-프로덕트 프리미엄 소비재 전시상담회'가 10~11일 일본 도쿄국제포럼 전시장에서 개최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국내 중소기업들이 일본 측과 원만한 거래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한일 양국이 자원 공동 개발 등에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했다"고 전했다.
[서진우 기자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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