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서 ‘리얼 월드’ 돌아온 에스파 “신나는 곡에 한 맺혀···‘스파이시’로 한 풀겠다”

그룹 에스파가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세 번째 미니 앨범 ‘마이 월드’ 컴백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타이틀곡 ‘스파이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에스파가 광야의 빌런 블랙맘바를 무찌르고 리얼 월드(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에스파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세 번째 미니 앨범 <마이 월드> 컴백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세계관의 시작을 알렸다.

그동안의 여전사 같은 모습 대신 밝고 발랄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에스파는 “그동안 어둡고 심오한 이야기를 주로 하면서 신나는 곡에 한이 맺혔다”며 “이번 여름 타이틀곡 ‘스파이시’와 함께 뜨겁게, 한껏 한을 풀어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미니 앨범 <마이 월드>에는 총 6곡이 수록돼 있다. 타이틀곡 ‘스파이시’를 비롯해 선 공개곡인 ‘웰컴 투 마이 월드’ ‘솔티 앤드 스위트’ ‘서스티’ ‘아임 언해피’ ‘틸 위 미트 어게인’ 등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의 곡들이다.

타이틀곡 ‘스파이시’는 강렬한 신스 베이스 사운드와 다이내믹한 비트가 돋보이는 댄스곡이다. 그동안 선보여온 강렬하고 전투적인 분위기의 곡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낸다. 이날 공개된 뮤직비디오에도 하이틴 영화 속 주인공처럼 발랄한 멤버들의 모습이 담겼다.

맴버 지젤은 “‘스파이시’는 에스파만의 자유분방하고도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며 “여름에 딱 잘 어울리는 분위기의 곡”이라고 소개했다. 카리나도 “저희가 그동안 줄곧 광야에서 블랙맘바를 무찌르느라 전사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리얼 월드에 와서는 나이에 맞게 하이틴스러운 감성을 녹여내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에스파의 세계관 시즌 2가 시작된다. 가상현실 세계인 광야에서 빌런 블랙맘바를 물리친 멤버들이 리얼 월드로 돌아온 이후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난 2일 발표한 선 공개된 ‘웰컴 투 마이 월드’에는 에스파 세계관의 조력자인 ‘나이비스’를 리얼 월드로 초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이비스는 이 곡의 피처링으로 이름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윈터는 “광야에서 리얼 월드로 돌아온 에스파에게 ‘이상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며 앨범 곳곳에 숨겨진 스토리를 찾아봐줄 것을 당부했다.

닝닝은 새로운 음악과 콘셉트를 선보인 데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귀엽고 대중적인 노래를 했는데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해요. 시도하는 것은 너무 좋고 두렵지 않아요.”

그룹 에스파가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세 번째 미니앨범 ‘마이 월드’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에스파는 이번 앨범으로 선 주문량 180만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7월 두 번째 미니 앨범 <걸스>의 성적(161만)을 뛰어넘는 수치로 역대 K팝 걸그룹으로서는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윈터는 “선 주문량이 180만장이라는 소식을 여기서 처음 알게 됐다”며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게 돼서 영광스럽고,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노력하는 에스파가 되겠다”고 말했다.

에스파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가요계는 또 다른 걸그룹들이 평정했다. 특히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등 ‘4세대 걸그룹’이라 불리는 신인 그룹들이 내는 곡마다 히트시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에 대해 윈터는 “경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다 같이 K팝 그룹으로서 한국을 알린다면 너무 좋은 일이에요. 저희만의 캐릭터와 장점을 가지고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팬과 대중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른 걸그룹들과 구별되는 강점으로는 독특한 세계관이나 스토리를 꼽기도 했다.

에스파의 이번 컴백은 지난해 7월 미니 앨범 <걸스> 이후 10개월 만이다. 에스파는 긴 공백을 기다려 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카리나는“미니앨범이지만 기다려주신 분들께 보답하고 싶어 이것저것 많이 준비했다. 열정도 자신도 많아 실망시키지 않을 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에스파가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콘티넨탈서울에서 열린 세 번째 미니 앨범 ‘마이 월드’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초를 뜨겁게 달군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당시 에스파의 팬들은 특히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사측 간 갈등 과정에서 에스파의 컴백 일정이 미뤄지는 등 분쟁의 피해 그룹으로 에스파가 거론되기도 했다.

윈터는 “회사에 변화가 많아 혼란스러웠다기보다는 오직 ‘스파이스’를 어떻게 잘 선보일까에 포커스를 맞췄다”며 “오히려 팬분들이 걱정하고 혼란스러워할까 걱정됐는데 저희는 사실상 비슷했다. ‘어떻게 더 발전해나갈 것인가’ 고민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카리나는 “공백이 길었던 만큼 재정비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며 “운동도 멘털 관리도 열심히 했다. 멤버들끼리도 팬분들이 기다리는데 열심히 해보자 ‘으쌰으쌰’ 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에스파의 미니 앨범 ‘마이 월드’는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 등에서 공개됐다. 에스파는 오는 8월 일본 도쿄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등 활발한 해외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에스파의 도쿄돔 공연은 데뷔 2년9개월 만으로 해외 가수로는 데뷔 이래 최단 기간에 이뤄진 것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