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이 버린 ‘담배꽁초’서 산불 시작…블랙박스에 딱 걸렸다

지난달 2일 옥천 산불로 산림 23㏊ 잿더미
군, 발화지점 주변 블랙박스로 실화범 특정
피의자 조사 끝나...검찰 송치 예정

지난달 2일 오전 충북 옥천 군북면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 사진=옥천소방서

지난달 충북 옥천군 군북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축구장 35개 면적의 산림을 태우고서야 겨우 진화됐다. 이 대형 산불의 원인이 최근 밝혀졌는데, 바로 낚시객의 담배꽁초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옥천군은 산불 발생지점에서 담배를 피운 40대 낚시객 2명을 산림보호법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은 산불 원인을 찾기 위해 발화 지점 부근에 세워진 차량 5대의 블랙박스를 일일이 확인했다. 그러던 중 한 차량에서 미심쩍은 장면이 담긴 영상을 발견했다.

낚시객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담배를 피우고 이들이 현장을 떠난 뒤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거리가 멀고 해상도가 떨어져 구체적인 증거로 보긴 어려웠다.

이에 군은 해당 영상을 충북지방경찰에 보내 포렌식과 정밀 분석을 요청했다. 분석 결과 A씨 등을 실화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 군은 A씨 등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으며, 조만간 사건을 청주지검 영동지청에 송치할 예정이다.

특별사법경찰관인 김선병 옥천군 산림보호팀장은 “A씨 등에게 해당 영상을 보여주고 담배를 피웠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버린 담배꽁초의 불씨가 강한 바람을 타고 숲으로 옮겨붙은 게 확실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산불은 지난달 2일 오전 발생해 31시간 동안 산림 25㏊(축구장 35개 면적)를 태웠다. 정부는 사흘 뒤 이 지역을 포함해 충남 홍성군, 전남 함평군, 경북 영주시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