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 핵유출 우려 러 대피령에 車 수천대 긴줄

IAEA "곧 교전 가능성"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공격에 대비해 자포리자주(州)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5일 에네르호다르를 비롯한 자포리자 내 18개 도시에 대피령을 내렸다. 자포리자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지난 며칠간 적군이 최전선에 가까운 도시를 향해 포격을 강화했다"며 "모든 어린이와 부모, 노인, 장애인, 병원 환자를 대피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피령이 발동된 이후 현재까지 어린이 660명을 포함해 주민 약 1679명이 자포리자 원전 인근 지역에서 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현재 러시아군 점령 지역 베르댠스크 등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 머물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날 자포리자 원전 근처에서 실제 우크라이나 측 공격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대피령 탓에 공포에 질린 주민이 줄지어 대피에 나서면서 자포리자 각지에서 적잖은 혼란이 빚어졌다. 자포리자 제2도시 멜리토폴시의 망명 시장인 이반 페도로우는 "대피 차량 수천 대가 한꺼번에 떠나면서 도시를 빠져나가는 데 5시간이 걸렸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전했다.

이어 그는 "당시 상황은 말도 안 되는 공황 상태였다"면서 "사재기 때문에 해당 지역 상품과 의약품이 동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멜리토폴시 등을 공격하면 전기와 물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환자를 내보내는 병원도 여러 곳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머지않아 자포리자 원전 근처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투가 본격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다. 현재 러시아군에 점령됐지만 시설 운영은 우크라이나 원전 기업에서 맡고 있다. 개전 이후 이 시설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교전을 거듭하면서 방사성물질 유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한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