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상처 남았지만…다시 일어서는 이태원
참사전 유동인구 75% 회복
서울시등 각계각층 지원 노력
吳시장도 상권 살리기 동참
이달도 공연·페스티벌 이어져
"까르르 까르르." 지난 6일 오후 6시 녹사평역 4층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재즈밴드 공연에 이어 펼쳐진 마임 공연이 아이들을 자지러지게 했다. 경기 분당에서 공연을 보러 온 방채원 양(17)은 "이태원에서 비극적인 일이 있었는데, 공연을 보니 치유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이태원 1동은 젊은이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전날부터 내린 비로 다소 쌀쌀했으나 흥겨운 음악 소리에 맞춰 삼삼오오 입장하는 발걸음엔 활기가 가득했다.
이날 오랜만에 이태원을 찾은 최지은 씨(가명·26)는 작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 사이렌 소리를 듣고 황급히 빠져나와 화를 면했다. 그는 "소방차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며 "몇 개월간 이태원에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시 찾은 이유를 묻자 "한동안 압구정이나 강남으로 가보았지만 이국적인 이태원만의 분위기를 대체하기 어려웠고, 이태원 상인들이 힘들어 한다는 뉴스를 접하자 용기 내 오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이태원 상인들은 코로나19 때보다 더 끔찍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지역인 이태원 1동의 소비는 참사 후 직전의 39.9%로 급감했다. 그나마 숨통이 트인 건 서울시와 용산구청이 마련한 일상회복 대책이 시작된 2월 이후부터다.
서울시는 용산구 6개동 점포에서 쓸 수 있는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대폭 늘려 올 4월까지 323억3600만원어치를 발행했고, 실제로 150억290만여 원이 결제됐다. 3월에는 할인율을 10%에서 20%로 끌어올린 300억원 규모 상품권을 발행했는데 완판됐다. 2월 이전 발행한 상품권에도 사용금액의 10%를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환급 이벤트를 올해 9월까지 실시한다. 시와 구는 '이태원 다시, 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매주 토요일 총 8회 이태원·한남동 일대에서 버스킹 공연과 전시회 등을 운영했고, 4월과 5월에는 녹사평역 지하 4층에서 치유, 상생을 주제로 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태원 상권 살리기를 위한 각계각층의 발길도 이어졌다. 지난달에는 국민배우 최불암 씨와 미셸 윈스럽 주한 아일랜드 대사가 이태원을 찾았다. '이태원 상권 회복 챌린지'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챌린지는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참여형 응원 캠페인이다. 이태원 식당에서 동료와 식사한 인증 사진을 SNS에 게시하고 다음 참여자를 추천하는 릴레이 방식이다.
6개월 전 참사가 일어난 후 쥐 죽은 듯 조용했던 이태원에 다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1동의 4월 유동 인구는 참사 전의 75%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태원 1동 카드매출액(BC 카드 기준)은 작년 10월 4주 차 대비 1월 45.2%, 2월 49.1%, 3월 51.8%, 4월 54.9%까지 차츰 늘어났다. 하지만 소비가 유동 인구 회복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는 용산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상인친목회와 지난 2월부터 협력회의를 열고 이태원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서울페스타 기간 광화문에서 이태원클라스 체험 프로그램, 이태원 재발견 지도 등 콘텐츠를 통해 이태원 방문을 안내했고, 이태원 특구에서도 체험부스와 포토존을 운영했다. 이달 11일부터 14일까지 이태원 가구거리에서 앤틱&빈티지 페스티벌이 열리고, 6월에는 이국적이면서도 희망찬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이태원 일대에 등불을 설치한다.
김영환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국내외적으로 여행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태원 지역으로 시민 및 관광객의 유입을 유도해 현재 이태원 지역의 매출 및 유동 인구 회복세를 더욱 끌어올려 이태원 지역이 관광특구로서 이전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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