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파업하세요”…라이더들 아우성에도 소비자들 ‘냉랭’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5. 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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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에 물가상승 겹치자 소비자 부담↑
“소비자들, 자장면 하나 무료 배달 기억”
지난 1일 오후 배달플랫폼노동조합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구경북지역본부 조합원들이 기본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대구 시내 일대에서 오토바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소속 라이더들이 어린이날 파업한 데 이어 경쟁 노조인 라이더유니온도 오는 10일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9년째 동결된 배달료를 올려달라는 주장인데 좀처럼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라이더유니온은 이날부터 9일까지 자체 투표를 진행한 뒤 10일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주축이 된 지난 5일 파업에 이은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이 요구하는 건 ▲27%에 달하는 임금 삭감 반대 ▲알고리즘 즉각 개선 ▲알고리즘 통한 업무 할당 기준 및 배달료 산정기준 공개 등이다. “하루 8시간 근무했던 라이더가 지금은 12시간을 근무해도 생활이 안 된다”는 게 라이더유니온의 주장이다.

어린이날에 이어 재차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향이지만, 정작 불편을 감내해야 할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라이더들의 목소리와 달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배달 수수료의 부담이 상당해 차라리 과거처럼 배달 플랫폼 자체가 없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현행 방식은 소비자와 음식점 업주가 각각 수수료를 부담한 뒤 이를 배민 등 플랫폼 중개업자와 라이더들이 나누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전체 비용 중 라이더 몫의 비중을 늘리자는 게 라이더들의 요구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회사 몫의 수수료도 할증요금 형태로 라이더들에게 지급되기에 요구를 들어주면 소비자 또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점 역시 바로 이 부분이다.

평소 배달 음식을 자주 주문한다는 한 30대 소비자는 “평소 수수료가 3000~6000원 안팎이다. 2만원짜리 야식을 주문하면 전체 비용 중 최대 23%가 수수료”라며 “성탄절 등에는 1만원 이상 수수료를 내기도 하는데 여기서 더 내야 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열린 배달플랫폼노조 파업 찬반 투표 결과 발표 및 투쟁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본배달료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배달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던 중 외식물가 상승까지 겹치자 ‘탈배달앱’에 나서는 소비자 수는 이미 상당하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앱 3사(배민,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2926만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견줄 때 MAU 감소율은 11.9%다. 지난해 4월 배달앱 3사의 MAU가 3321만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부산시 인구(331만명)보다 더 많은 소비자(395만명)가 배달앱을 끊은 셈이다.

금전적인 측면 외에 일부 라이더들의 ‘난폭 운전’도 파업이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 확산 후 배달 건수가 급증하자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일부 라이더들이 도로에서 무리하게 오토바이를 몰았기 때문이다.

라이더 관련 소식을 전한 기사에는 소비자들이 라이더들의 교통법규 위반을 지적하는 댓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인도 주행과 역주행, 신호위반,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 불법 개조로 인한 소음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관련 사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2735명으로 2021년(2916명)보다 6.2% 감소했다. 그러나 이 기간 라이더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459명에서 484명으로 5.4% 늘어났다.

잇따른 파업에도 라이더들의 목소리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자 관련 업계에서도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자장면 한 그릇만 주문하면 싫은 티는 내도 돈 안 받고 가져다주던 시절을 기억한다”며 “시장 격변의 계기가 될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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