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도 못 닫았다…청소년 극단선택, '우울증 갤러리' 폐쇄 어려운 이유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를 이용하던 10대 여학생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라이브 방송을 켠 채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시도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우울증 갤러리 폐쇄를 건의했지만 방심위는 의결을 보류한 상태다. 폐쇄가 지연되는 사이 청소년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4시쯤 한남대교 북단에서 17살 여학생과 15살 여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 경찰에 구조됐다. 이들은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사건 당일 SNS를 통해 투신 시도 과정을 생중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6일에도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하던 10대 여중생 한 명이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고층 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경찰은 이 사건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방심위에 우울증 갤러리에 대한 폐쇄를 요청했다. 해당 갤러리에 '극단적 선택을 할 동반자를 찾는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10대 여학생을 상대로 그루밍 성범죄 등이 발생해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27일 열린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에서 황성욱 소위원장은 "전체 사이트를 폐쇄할 때는 운영 목적이나 불법 게시물의 비중과 반복성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결정해왔다"며 "현재 경찰청에서 관련 TF팀이 구성됐고 전체게시판 폐쇄에 대한 법률적 근거들이나 유관기관의 협조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성옥 위원은 "전체 게시글의 70% 정도가 불법이어야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체 사이트 차단을 결정할 때 불법콘텐츠가 어느 정도 범위인지를 판단해야 겠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불법적인 글의 비중이 높지 않아 폐쇄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방심위에 따르면 10대 여중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발생 후 우울증 갤러리를 일주일 동안 모니터링한 결과 불법 정보로 볼 수 있는 글은 15건이었다. 극단적 선택 유발 정보로 규정할 수 있는 글은 5건이었다.
이에 따라 방심위는 불법정보 비중이 일정 수준에 달하면 사이트의 폐쇄를 명령하기도 한다. 폐쇄 처분을 결정하는 법적 근거가 되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자살을 목적으로 하거나 이를 미화, 방조 또는 권유하여 자살 충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2018년 청와대는 '일베' 사이트 폐쇄 국민청원에 대해 "불법정보가 전체 게시물 중 70%에 달하면 방심위가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70% 이상이면 폐쇄'한다는 기준은 방심위의 임의 자체 기준이다. 이 기준도 도박이나 음란 사이트처럼 불법성을 전제로 개설된 사이트가 아니고선 적용되기 어렵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험이 현실화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조치해야 된다"며 "(우울증 갤러리 폐쇄는) 생명권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심위가) 극단적 선택 조장 글이 전체 게시판 중 일정 비율을 넘어야 전체 게시판을 폐쇄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양적인 기준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질적인 기준도 생각해야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교수는 갤러리를 폐쇄하면 청소년들이 다크웹 등 다른 사이트를 이용해 음지화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폐쇄 자체가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는 하나의 수단이고 불법이기 때문에 빨리 단속을 해야 된다"며 "음지로 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폐지를 하지 않는 것은 극단적 선택을 방지하겠다는 논리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규제와 별개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의 회복을 돕기 위한 체계적인 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울증 등 정실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자기 얘기를 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어른들이 활동하는 곳에 들어가서 악용당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해서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나는 솔로' 13기 영숙 "광수와 썸 탔지만 까였다"…충격 고백 - 머니투데이
- 안영미, '원정출산' 논란…출산 두달전 미국행 선택한 이유는 - 머니투데이
- 배다해, 男배우들과 스킨십 연기…분노한 이장원, 자리 박차고 나가 - 머니투데이
- 40년 만 지적장애 진단받은 아내…"여직원 나왔어?" 남편 의심 - 머니투데이
- 박수홍 정색, 김다예와 살벌한 부부싸움…"뚜껑 열리게 하지마" - 머니투데이
- '10조 자사주 매입' 초강력 부양책…"삼성전자 지금 살까" 주가 영향은 - 머니투데이
- '양육비 갈등' 송종국 이민 가나…"캐나다 영주권 나왔다" 고백 - 머니투데이
- '이혼' 이동건, 공개연애만 5번 한 이유…"상대방 존중하려고" - 머니투데이
- 조세호 대신 1박2일 남창희 '호평'…퇴근벌칙도 소화 "고정 가자" - 머니투데이
- '위고비' 국내 출시 한 달, 관련주 주가 확 빠졌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