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탄원서 들고 용산 몰려간 용인 거주 노인들, 왜?

배수아 기자 2023. 5. 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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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명 탄원서도 제출
(용인=뉴스1) 배수아 기자 =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의 한 노인복지주택에 입주한 노인 50여명이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했다.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의 한 노인복지주택에 입주한 노인 50여명이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351명의 자필탄원서를 용산경찰서에 전달하고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노인들은 입주한 주택을 관리·운영하는 운영사 교체와 노인주택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아파트는 용인시 동백지구에서 GS건설 시공으로 2019년 10월 입주한 노인복지주택이다. 11개동, 1345세대가 살고 있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60세 이상만 거주할 수 있고 입주민 평균연령은 78세다.

해당 아파트는 노인복지법을 적용받아 공동주택이 아닌 '노인주거복지시설'로 분류된다. 공동주택처럼 동대표나 입주자대표회가 없다.

노인복지주택 설치자가 입주자대표 역할을 하는데 설치자는 입주민들의 생활편의를 위한 식당과 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 직접 또는 위탁 운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설치자인 GS건설은 계열사 ㈜에스씨에 입주시설의 위탁운영을 맡겼다.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의 노인복지주택에 입주한 한 노인이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노인들은 식당운영과 관리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분양계약에 따라 세대당 1일 1식 의무식 비용을 매달 낸다. 1식에 9000원으로, 한 달 27만9700원의 관리비에 포함된다.

입주민들은 (주)에스씨가 운영하는 의무식의 품질과 서비스가 비용대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입주민 A씨에 따르면 애초 분양 안내서와 입주 안내서에는 '일반식'과 '건강식' 중 입주민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식당을 운용한다고 했지만 현재는 '일반식'만 운영 중이다.

1식 비용도 입주 초기 7800원에서 지난해 8월1일 9000원으로 올랐다. 의무식을 먹지 않을 경우 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GS편의점이나 단지 내 카페에서 의무식을 먹지 않은 가격만큼 물건을 대신 살 수 있다.

A씨는 "식사의 질이 좋으면 식당에서 먹는데 밥맛이 안좋으니 울며겨자먹기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다"면서 "그런데 편의점의 물건가격이 일반마트보다 비싸 이또한 불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월말만 되면 노인들이 편의점에 길게 줄 서 있는 진풍경을 펼쳐진다"고 말했다.

입주민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식당 매출은 2021년 1월 2억1200여만원에서 같은해 12월 1억6600여만원으로 줄었다. 반면 편의점은 같은 기간 4300여만원에서 1억6100여만원으로 늘었다. 입주민들은 부실한 식단이 제공되는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또 일반아파트에 비해 관리비가 과도하게 비싸다고 주장한다. 어떤 세대는 25평형 기준으로 올해 1월 관리비가 78만여원이 나왔다. 의무식대 28만여원을 빼더라도 50만원 정도가 관리비로 나가는 셈이다.

입주민 B씨는 "내 재산을 동의도 없이 '설치자'가 관리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주민에게 상의없이 위탁운영 회사를 갖다놓고 위탁업체 직원들 급여도 마음대로 정하고 공개도 안한다"고 분노했다. 이어 "용인시에서는 공동주택은 공개의무가 있는데 우린 노인복지시설이라 공개의무가 없다고 하더라"며 "우리가 내는 관리비 어떻게 쓰이는지 보자는데 공개를 안한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입주민 A씨 제공./

㈜에스씨측은 "해당 아파트에 2400명이 살고 있는데 기호를 다 맞출 수는 없다"면서 "매달 식사 만족도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만족도 조사도 80점 이상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8월 9000원으로 식대가 오른 후 식당과 편의점 이용 비율이 6:4 정도 된다"고 말했다.

관리비에 대해서는 "이 아파트는 공동주택이랑 비교하면 안된다"면서 "노인복지주택 특성상 커뮤니티(공동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고 커뮤니티 이용료를 같이 포함해서 내야 해 비쌀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입주민들과 아파트 운영자 측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입주민 600여명은 2021년 10월 운영사인 ㈜에스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식당소유권말소등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9월 패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에스씨 측도 다수의 입주민들을 업무방해로 형사 고소했다.

입주민들은 용인시에도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시는 묵묵부답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소송 결과를 보고 있다"면서 "노인복지법상 시가 운영사를 바꿀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노인복지법 제43조 시행규칙 제31조에 따르면 시가 할 수 있는 행정처분은 경고와 사업정지, 사업폐지뿐이다.

전국에 노인복지주택은 모두 38곳이 있다. 임대형 주택 10곳, 분양형 주택 10곳, 임대와 분양 혼합형이 18곳이다.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의 한 노인복지주택에 입주한 노인 50여명이 8일 어버이날을 맞아 351명의 자필 탄원서를 들고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했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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