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진관사 태극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에 동행한 유코 여사가 7일 김건희 여사의 안내로 서울 은평구에 있는 삼각산 진관사를 찾았다. 수륙재(水陸齋)에서 시연되는 공연을 약 10분간 관람했다고 한다.
국가무형문화재인 진관사 수륙재는 조선 태조 때부터 조정의 명복을 빌고 중생을 복되게 하기 위해 진관사 경내에 수륙사를 건립하면서 시작된 불교의례다. 통상 1박2일 진행되는데 물과 육지를 헤매는 일체의 영혼을 달래고 위로하는 용서와 화해, 구원과 상생, 그리고 평화의 설법이라고 주지인 법해 스님이 그 의미를 설명한다. 음악, 무용, 미술, 문학, 복식 등 불교의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종합예술의 정수이기도 하다. 진관사에는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비구니 승가 최초로 어산어장에 지정돼 의례를 관장하는 동희 스님이 있다. 그는 원폭 피해자의 영혼에게 공양하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에서 수륙재를 몇 차례 치른 인연이 있는데 유코 여사가 히로시마 출신이다. 유코 여사가 진관사 경내를 둘러보고 한국적 정취를 좀 더 느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경내엔 보물 한 점이 있다. 이름하여 진관사 태극기(사진)다. 태극기는 가로세로의 비율이 3대2인데 진관사 태극기는 가로 89㎝, 세로 70㎝이니 비율이 안 맞는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태극기는 3·1 독립운동 당시 누군가가 만세를 외칠 때 사용하던 걸 일제의 감시를 피해 이곳 진관사로 숨겨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제작된 게 아니라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의 형상을 먹으로 덧칠했다. 왼쪽 윗부분 끝자락은 불에 타 손상됐으며 여러 곳에 구멍이 뚫린 흔적이 있다. 나는 유코 여사가 이 태극기를 못 본 게 못내 아쉽다.
[손현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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