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사람이 국가의 미래다
美 스탠퍼드대 1곳과 비슷
학교·기업 자원 한데 묶는
국가 차원 '연구의 댐' 구축
학사 3년·석사 연계로 가야
삼성의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기업은 곧 사람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였다. 이병철 회장의 신념은 인재제일(人材第一)을 삼성의 최우선 가치로 만들었다.
'기업은 곧 사람이다'라는 말은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대한민국이 보유한 자원은 결국 사람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모방할 수 없는 고급 인재 양성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80%에 육박하는 대학진학률이었다. 인구 5000만명의 나라에서 80% 국민이 고등교육을 받는 것은 마치 우리나라가 인구 1억~2억명 정도의 국가가 창출할 수 있는 지식의 총량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미국 뉴욕대 교수의 신성장이론은 국가의 경제 성장이 지식의 총량 증가에 기인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에 근거해서 유럽에서도 2000년 이후 대학진학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고, 독일의 경우 2000년 33%에서 2021년 55%로 대학진학률을 높였다.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과다한 교육비용 등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지만 한편으로는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넘볼 수 없는 고급 인재 양성과 국가적 지식 총량의 빠른 축적을 가능하게 했고 선진국으로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역설적으로 지금 대한민국 성장률이 1%대로 침체되고, 성장잠재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도 결국 대한민국의 인재 양성 전략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등교육을 맡고 있는 대학의 경쟁력을 보자. 대한민국은 전 세계 대학 중에서 10위 안에 드는 대학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전 세계 10위 안에 드는 대학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그렇다고 답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미국 스탠퍼드대의 1년 예산이 12조원이고, 중국 베이징대의 1년 예산이 6조원이다. 대한민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대학의 1년 예산을 다 합해도 겨우 스탠퍼드대 예산 정도인 상황에서 기존의 인재 양성 전략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인재 양성에 대한 새로운 국가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80%의 대학진학률을 통한 전 국민의 고등교육화가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든 성공적인 전략이었다면,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의 대전환시대에 우리가 가야 할 새로운 국가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첨단산업 분야 연구를 위해서는 단순히 개별 대학 간의 경쟁을 통해서는 가능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개별 대학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너무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대학들의 연구자원과 역량이 연결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국가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대학들의 연구자원과 첨단기업들의 연구자원이 연결되고 모일 수 있는 연구의 댐을 구축하고, 연구자원의 교류를 촉진할 수 있도록 엄청난 국가적 재원 투여가 필요하다.
둘째, 세계 최고 고급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제도와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 대학은 기존 4년제 교육을 3년으로 압축해서 조기졸업을 장려하고, 전문화된 석사 교육을 통해 석사 연계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대학 전공을 씨줄로 하여 AI, 데이터 분석, 첨단기술 등과 같은 융합적 교육과 연구를 날줄로 엮는 교육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또한 학문적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은 학부과정에서부터 학·석·박사 연계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 국가에서 세계 최고의 고등교육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는 곧 사람이다.
[한상만 성균관대 대학원장·전 한국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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