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1155억 포수, 속터지는 세인트루이스
1155억원 대형 포수가 설 자리를 잃고 방황 중이다. 야디어 몰리나 은퇴 이후 세인트루이스의 새 주전 포수로 낙점 받은 윌슨 콘트레라스가 지난 5일(현지시간) 이후 3경기째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시즌 개막 후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투수진과 제대로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오프시즌 세인트루이스의 지상과제는 지난해 은퇴 전까지 장장 19년 간 팀 포수 자리를 책임졌던 몰리나의 후계자를 찾는 일이었다. 시카고컵스에서 윌슨 콘트레라스를 5년 총액 8750만달러(약 1155억원)로 영입할 때만 해도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였다. 빼어난 타격에 준수한 프레이밍 능력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시즌 현재까지 콘트레라스와 세인트루이스 투수들 사이 궁합은 썩 좋지 않다. 7일까지 세인트루이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5.38로 전체 30개 구단 중 7번째로 높다. 선발진 피안타율 0.290은 신시내티(0.306), 오클랜드(0.298) 다음으로 나쁘다. 디어슬레틱은 특히 2 스트라이크 이후의 결과가 좋지 않다고 짚었다. 세인트루이스 투수들은 2 스트라이크 이후 홈런 20개를 허용했다.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지난시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를 차지했던 세인트루이스는 7일 현재 11승24패 지구 꼴찌로 추락했다.
투수들의 부진을 포수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 포수의 책임은 여느 팀 포수보다 큰 것도 사실이다. 세인트루이스는 더그아웃에서 볼배합을 지시하지 않는다. 몰리나가 홈플레이트 뒤를 지키던 지난 19년 간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난 5, 6, 7일 3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는 콘트레라스가 아닌 백업 앤드류 키즈너를 선발 포수로 내보냈다. 콘트레라스는 지명타자로 출장했다. 올리버 마몰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콘트레라스 때문에 경기를 계속 지고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면서도 “그가 배워야 할 여러가지 것들이 있다. 다른 팀에서 넘어온 선수가 그 모든 것을 배우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디어슬레틱에 말했다. 콘트레라스가 팀 투수들의 특성을 꿰뚫고 시의적절한 리드를 하는데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콘트레라스를 당분간 지명타자와 외야수로 기용할 계획이다. 구단 입장에서 둘 다 썩 마음에 드는 방안은 아니다. 콘트레라스를 지명타자로 고정하면 라인업 유동성이 막힌다. 외야수로 쓰기엔 수비가 불안하다. 콘트레라스가 외야수를 본건 2021시즌 좌익수 1경기가 마지막이다. 기존 외야수들의 출전 기회도 제한을 받는다. 무엇보다 포수가 아니라면 콘트레라스에게 그런 거액을 안길 이유가 없다.
콘트레라스는 언제쯤 포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결과에 따라 올해는 물론 향후 5년간 세인트루이스의 구상이 어그러질 수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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