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덕연에 투자한 50여명 “김익래·김영민 철저 조사” 검찰에 진정

김지섭 기자 2023. 5. 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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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연합뉴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H투자자문사 대표 라덕연씨에게 돈을 맡겼던 핵심 투자자 50여명이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과 금융위원회에 다우키움그룹 김익래 회장,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8일 제출했다.

라씨를 비롯해 이번 사태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라씨의 핵심 측근들은 진정인 명단에서 빠졌다. 피의자로 입건됐거나 주가 조작에 관여한 세력으로 검찰의 의심을 받는 이들까지 명단에 포함될 경우, 진정인 전체의 진의(眞意)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 측에 돈을 맡겼던 핵심 투자자 50여명이 서울남부지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 중 일부./투자자 제공

◇라씨 측 “김익래, 김영민 회장..증여세 줄이려 고의로 주가 떨어뜨려”

진정서는 라씨가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의혹을 제기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라씨는 김익래 회장이 승계 목적으로 증여세를 낮추기 위해 다우데이타 주식을 대량 매도해서 주가 폭락을 유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민 회장에 대해서도 라씨는 비슷한 주장을 폈다.

김익래 회장과 김영민 회장은 주가 폭락 사태(지난달 24일)가 빚어지기 전인 지난달 20일과 17일 각각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605억4300만원), 서울가스 주식 10만주(456억9500만원 어치)를 장외거래로 매도한 바 있다. 진정인들은 이에 대해 “김익래, 김영민 회장은 ‘공매도 세력’과 공모해 자신들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장외거래로 매도한 것처럼 꾸미고, 해당 주식들에 대한 매도 주문을 대량으로 제출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하락시켜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진정인들은 키움증권 임직원이 김익래 회장의 지시에 따라 다우데이타 주식에 대한 매매계약 체결 등의 업무를 담당했으며, 김익래 회장과 공매도 세력에게 키움증권의 CFD(차액결제계좌) 현황 등의 자료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진정인들에 따르면 김익래·김영민 회장과 결탁한 공매도 세력은 서울가스와 다우데이타의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리기 위해 지난달 18~24일 김영민 회장으로부터 매수한 서울가스 주식을 팔아 치우고, 21~24일 김익래 회장으로부터 매수한 다우데이타 주식을 매도했다. 이에 따라 서울가스와 다우데이타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달 24일 이후 반대매매 등을 통한 하한가 행진이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 진정인들의 주장이다.

진정인들은 라씨가 그간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한대로 키움증권이 CFD 관련 증거금률을 임의로 상향 조정해 반대매매를 유발시켰다고 주장했다. 증거금은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실제 투자금보다 더 많은 양의 주식을 살 때 증권사에 맡겨두는 보증금 성격의 돈이다. 증거금률이 40%라는 말은 2.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하고, 50%라는 말은 2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주가가 하락해 매입한 주식의 가치가 증거금률 아래로 하락하면 증권사는 강제로 주식을 팔아 치워(반대매매) 현금을 확보한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가 CFD 계좌를 통한 반대매매에서 촉발된 것인 만큼 라씨를 비롯해 진정인들은 키움증권의 고의적인 증거금률 상향이 반대매매를 유발시켰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인들은 “키움증권 임직원은 지난달 24일 키움증권 CFD 계좌의 서울가스 등 8개 종목에 대한 증거금률을 기존의 20~40%에서 100%로 올려 해당 종목들에 대한 반대매매가 발생하도록 함으로써 시세를 조종했다”고 주장했다.

◇키움증권 “고의적 증거금률 상향, 사실과 달라”

라씨와 진정인들의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키움증권 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키움증권 측은 지난달 24일 증거금률 상향 공지가 되긴 했으나, 실제 적용되는 것은 다음날인 25일부터였기 때문에 24일의 반대매매에 따른 폭락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증거금률 100% 조건도 신규매매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새로운 반대매매를 촉발시킬 수 없다고 설명한다. 기존 CFD 계약 시점에 약정된 증거금 등의 조건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키움증권 측은 주가폭락이 일어난 지난달 24일 증거금률 상향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당시 개장 직후 하한가 사태가 빠르게 시작됐고, 관련 부서에서 신속 대응하는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시행한 것”이라며 “증거금률 상향 결정은 첫 날 하한가 사태 이후에 내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진정인들은 김익래·김영민 회장이 대량 매도한 회사의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보유 지분을 축소하는 것에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고, 해당 종목의 주가가 자산가치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갑자기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익래·김영민 회장이 다른 세력과 공모해 자사 주식을 대량 매도한 이유로 진정인들은 증여와 상속 관련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라씨가 그간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과 중복되는 부분이다. 라씨는 “김익래 회장이 증여세를 낮추기 위해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다.

진정인들은 “김영민·김익래 회장은 라덕연씨의 지속적인 주식 매집으로 인해 주가가 계속 상승하자 보유 지분의 증여 또는 상속에 대한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인위적으로라도 주가를 떨어뜨려야 하는 이유와 동기가 충분했다”며 “이를 염두에 두고서 공매도 세력과 공모해 블록딜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라씨 측 “김익래 회장이 공개한 블록딜 명세서도 진위 확인해야”

진정인들은 김익래 회장이 블록딜 거래 명세서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명세서를 보면 김익래 회장이 지난달 20일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한 이후 ‘D+2′거래일인 지난달 24일 주식 매매대금 605억4300만원이 김익래 회장의 키움증권 계좌로 입금됐는데 장외거래의 경우, 통상적으로 주식의 양도와 주식대금의 지급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진정인들은 “김익래·김영민 회장이 인위적인 주가 하락을 목적으로 주식 매매를 가장했다면 매매대금이 지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두 회장이 보유 지분을 매각한 다음날이나 다음 거래일에 대량의 매도 물량이 나와 주가가 하락하다 다시 지난달 24일 대규모의 매도 물량이 나와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했기 때문에 두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매수한 이들이 주식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먼저 주식을 받은 다음 이를 매각해 매매대금을 지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진정인들은 두 회장의 불법 거래로 현재 자신들이 ‘벼랑 끝 상황’에 몰려있음을 호소하기도 했다. 진정인들은 “이번 사태로 원금 손실 이외에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빚을 지게 돼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지게 됐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상심과 고통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또 진정인들은 “증권사들이 채무 상환을 독촉하면서 재산 가압류 등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는 피해자들 중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전세사기 사건과 같이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어 매우 심각하게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라덕연 일당에게 투자하셨다가 큰 피해를 보신 분, 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 및 자산 은닉 정황 등을 알고 계신 분, 이번 주가 폭락 사태의 전후 사정을 알고 계신 분들의 제보를 부탁드립니다(oasis@chosun.com). 다우데이타, 서울가스 대주주의 대량 매도 관련 내막을 잘 아시는 분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어떤 내용이든 독자 여러분의 제보가 사태의 진상을 밝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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