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 8종목’ 투자 뿔난 개미들···집단 손해배상 움직임

권정혁 기자 2023. 5. 8. 17: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오를 땐 가만 있더니, 뒤늦게 피해자 코스프레(흉내)를 한다”

“‘21일(폭락 전 거래일)에 팔았어야 한다, 24일(폭락 당일)에라도 팔았어야 한다’만 반복하는 ‘껄무새’(~할 걸+앵무새의 줄임말)가 된 것 같다”

최근 주식 관련 사회관계망(SNS) 등지에서는 SG증권발 주가 폭락을 겪은 종목의 주주들을 상대로 한 비난과 조롱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건과 무관한 개미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오롯이 투자자 책임이라는 주장과 자본시장 질서를 신뢰하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로 분류할 수 있다는 주장 간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8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선 주가조작 일당에게,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정보의 이용주체 상대로 자본시장법 의거 손해배상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작된 시세에 속아 매매한 개미들은 ‘피해자’로 분류될 수 있어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인위적인 시세 부양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에 의하여 해당 증권을 매수하였다가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손해를 입은 자, △시세를 낮추기 위한 대량매도 행위로 인해서 폭락한 가격에 파생상품이 청산됨에 따라 손해를 입은 자는 시세 조종의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폭락을 겪은) 8개 종목의 주가가 급등한 시점에 주식을 매수하였다가 폭락한 시점에 해당 주식을 보유하여 막대한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이 사건 피해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손해배상 받을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들은 경제학적 감정을 통해 회사 주가가 정상적으로 얼마에 형성됐을지를 판단하여 손해배상이 이루어진다. 대법원 판례는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취득 당시 형성되었으리라고 인정되는 정상주가(A)와 투자자가 주식 취득을 위하여 실제 지급한 금액(B)과의 차액 상당(A-B)을 손해액으로 보고 있다.

가령 정상적인 주가가 1만원인 종목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시세조종에 의해 3만원으로 만든 상태에서 투자가가 주식을 매수했을 경우 정상가격보다 더 낸 만큼(2만원)이 원래 손해인데, 이후 주가가 급락해 2만원 됐을 경우 원래 샀던 가격(1만원)과의 차익은 1만원이 되므로 1만원을 손해배상 받는 식이다.

박필서 변호사는 “기소되기 전에도 시세조종으로 얻은 수익이나 그 수익으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 동결할 수 있는 ‘추징 보전’이 가능하다”면서 “수사기관에서 혐의의 가닥이 잡히면 추징 보전을 통해 시세조종 가담자들의 재산을 동결하면 피해자들이 보상 받을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다.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사실 드러날 시 손해배상 청구 가능

일각에서는 다우데이타·서울가스·선광 등 이번에 주가가 폭락한 종목의 대주주들이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주가폭락 전에 대규모의 주식을 처분한 것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융당국에 이들 대주주를 엄정 수사해달라는 진정서 내겠다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수사과정에서 회사의 내부자나 그로부터 정보를 받은 자가 직무 관련 미공개 중요정보를 주식 매매에 이용한 것이 드러나거나 관련자들이 그 매매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계획을 사용한 것이 밝혀지면, 피해자들은 자본시장법 제174조(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제178조의 2(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위반을 이유로 그 위반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미공개정보이용행위에 대해 민사소송 제기가 이루어져 손해배상을 받은 사례는 실무상 찾아보기 어렵다. 김 변호사는 “피해를 입은 주주가 있더라도 피해 받았다고 인식하고 소송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 뿐만 아니라 사례도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주가조작과 내부자거래 등 문제가 부각되자 금융당국에서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시 과징금을 이익의 2배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입법에 나섰다. 또 상장사 임원과 주요 주주들이 주식 거래 최소 한 달 전에 매매 계획을 공시해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줄이도록 한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제 도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고조되는 집단소송 움직임

한편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H투자자문사에 투자한 투자자 60여명은 법무법인 대건을 통해 라덕연 대표와 그 관계자 6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이 피해를 봤다는 금액 합계는 1000억원가량이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주가조작 세력이 애초 투자금을 정상적으로 운용할 의도 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자금을 받았다”면서 “휴대전화를 받자마자 피해자들 모르게 레버리지 대출을 받고 미수금을 당겨 사기·배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를 상대로 한 소송전도 예고되고 있다. 이날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는 이미 손해배상 소송을 의뢰한 2명을 포함해 이날부터 키움증권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원고를 모집할 계획이다.

원앤파트너스 관계자는 “위험성이 큰 신용거래가 가능한 모든 증권계좌(특히 CFD 계좌)를 개설함에 있어 당사자에게 직접 계좌개설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계좌의 성격 및 거래의 위험성에 관한 설명도 하지 않은 증권사의 행태는 분명 위법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