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출산 시대 '난임 사각지대' 해소부터

2023. 5. 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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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인구 감소는 문화, 테크,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도약하고 있는 한국의 위상을 지속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러한 심각한 초저출산 사회에서 임신 및 출산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한편, 난임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결혼이나 출산을 고려하지 않는 가임 연령 세대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미 결혼해 아이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낳지 못하는 이들이 '난임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오히려 출산율 개선에 더 빠르고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난임 인구는 25만여 명에 달하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난임 부부 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난자 동결 시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난임은 단순히 '경제적 지원'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30대 중반에 결혼해 세 자녀를 두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한국의 난임 치료 환경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난임은 과학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다만 문제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의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오해, 편견이 아직 충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난임 부부가 시술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회사나 주변의 이해 부족' 등 정신적 고통(36.1%)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스트레스는 임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한국보다 앞서 저출산 문제를 겪었던 유럽은 임신부터 출산까지 진료 과정에 정신적·심리적 치료를 포함하고 있다.

난임 치료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고 치료 과정에 대한 교육 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를테면 임신 적령기에 해당하는 젊은 세대부터 난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및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난소나이검사와 같은 진단 서비스 대중화 등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난임 진단 시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회사, 동료, 가족들이 지지해줄 수 있도록 하는 인식 개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출산 이후를 위한 장기적 지원도 중요하다. 주거 지원, 육아 돌보미, 육아 세제 혜택 강화 등 더 나은 경제·사회적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제약사의 역할도 더 중요해질 것이다. 더 뛰어난 난임 치료제, 기술, 기기 공급을 통한 환자 삶의 질 향상 및 치료 성공률 개선을 위한 노력과 정부와 협력해 난임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령화·저출산 사회는 더 이상 특정 국가, 집단,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직면해야 하는 공동의 과제다. 난임 치료도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인식과 치료 환경이 개선돼야 하는, 공동의 지지가 필요한 영역이다. 불과 30년도 채 남지 않은 2050년 한국에는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고령인구일 것으로 전망된다. 2100년에는 한국 전체 인구가 50% 넘게 감소한 2400만명뿐일 것으로 예측된다. 예견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 기업, 지역사회 그리고 개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당장 행동에 나설 때다.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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