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英 '세기의 대관식' 빛낸 보물들
1300년부터 27명의 왕이 앉아
스코틀랜드서 옮긴 '운명의 돌'
왕권 상징하는 성스러운 유물
며칠 전 치러진 찰스 3세의 대관식은 영국에서 1066년부터 이어진 전통이다. 1066년 노르만 출신 정복자 윌리엄은 해럴드 2세를 물리치고 잉글랜드를 차지한 후 자신의 대관식 장소로 런던 중심에 새로 만들어진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선택했다.
그러나 윌리엄 이후의 왕들은 웨스트민스터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캔터베리, 요크, 윈체스터에 있는 사원들의 웅장한 규모나 화려함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윌리엄에게 함락당한 윈체스터는 앵글로색슨 왕조의 오랜 수도였다. 노르만 왕들 또한 앵글로색슨 왕조가 만든 모든 흔적을 없애고 싶어 했고, 그를 위해 수도를 런던으로 옮기기로 결정한다. 윌리엄의 후계자들은 런던을 마음에 들어 했지만, 웨스트민스터만큼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웨스트민스터는 헨리 3세(1207~1272년)에 의해 당시 유행하던 고딕 양식으로 완전히 재건되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사원의 내부 제단 앞에는 극장 무대와 같은 큰 공간이 있어 극적인 대관식 장면을 연출하기 적합하다. 마침내 헨리의 바람은 이루어져, 그의 후계자인 에드워드 1세가 현재의 웨스트민스터에서 대관식을 치른 첫 번째 왕이 되었다.
잉글랜드의 대관식 역사에서 에드워드의 역할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스코틀랜드를 제압한 많은 업적으로 '스코틀랜드의 망치'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하나는 스코틀랜드 왕들이 대관식 때 앉았던 '스콘의 돌(Stone of Scone)'을 무자비하게 빼앗아 웨스트민스터의 왕좌 아래로 옮긴 것이다.
1950년 글래스고대학에 재학 중이던 네 명의 학생이 그 돌을 훔쳐서 스코틀랜드로 가지고 돌아올 때까지 약 700년 동안 그곳에 남아 있게 된다. 결국 그 돌은 다시 웨스트민스터로 돌려보내졌지만, 1996년 스코틀랜드 의회가 성립되면서 다시 에든버러로 옮겨진다. 이번 대관식을 위해 스콘의 돌은 특별히 웨스트민스터로 돌려보내졌고 찰스 3세는 에드워드가 만든 왕좌에 오른 27번째 왕이 되었다. 이 의자는 공화정을 수립한 크롬웰에 의해 잠시 웨스트민스터를 떠나게 되지만, 크롬웰마저도 1653년 의회에서 그 의자에 앉아 호국경으로 취임했다.
대관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던 이 나무 의자는 영국 최초로 두 명의 왕, 윌리엄과 메리가 동시에 왕위에 오르던 1689년 웨스트민스터 직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과연 두 군주가 하나의 왕좌에 앉을 수 있을까? 결국 그들은 메리를 위해 똑같은 의자를 제작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그들은 또 한 명의 왕을 위해 왕홀과 보주를 한 벌 더 만들어야만 했다. 이번에 찰스가 혼자 대관식을 치른 것에 직원들은 아마도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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