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과다했던 보험 대차료, 이제라도 손질을

2023. 5. 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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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접촉사고에 수리비 1200만원과 대차료(렌트비) 9850만원이 청구된 사건이 법원에서 다뤄진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금융당국은 '렌트비는 동급의 차 중 최저 요금으로 차를 빌리는 데 소요되는 통상의 비용'이라는 기준을 마련했다. 여기서 '통상의 비용'이란 소비자가 자동차를 빌릴 때 소요되는 합리적인 시장가격을 의미한다. 피해차량이 배기량 2000㏄ 외제차라면 같은 배기량의 그랜저나 쏘나타로 대차해 줘도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법원에서 대차료 손해와 관련해 차량의 배기량, 연식 외에 차량가액, 주행성능, 승차감, 디자인, 브랜드 가치를 따져서 대차해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판결의 논거는 완전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과 보험은 보험사와 가해차량 차주 간의 계약일 뿐 피해차량 차주나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첫째, 자기 차를 타지 못해 발생하는 손해가 배상할 통상의 손해임은 맞지만 피해차주의 승차감이나 브랜드 가치와 같은 주관적 만족도가 보상할 '통상의 손해'인가 하는 점이다. 이 세상에 피해차량과 완전히 같은 차는 존재할 수 없기에 수리에 들어간 차량과 빌린 차량의 가액은 다를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 환자가 입원실 등급을 올려 1인실을 쓰는 경우, 본인이 그 차액을 부담하는 사례처럼 고급차 운전자가 그 차액을 내면 그만이다.

둘째, 피해차량 운전자의 과실이 반영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가해차량이긴 하지만 자기 차값보다 더 많은 대차료를 물어내야 하니 불공평하다. 재판부도 전체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유발하는 부정적 측면이 있고 개선이 필요한 점을 인정하고 있다. 더구나 판결에 편승하여 늘어나는 관련 사업자의 담합이나 공모에 의한 처벌 사례, 민법상 손해경감의무 등까지 생각해 보면 어쩌다 가해자가 된 차주의 불만을 외면하기 어렵다. 대부분 서로의 과실이 경합하는 자동차 사고의 특성상 사고로 인한 손해를 어느 정도까지 보상해 줘야 하는지는 자동차와 보험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참작하여 결정할 일이다.

이번 기회에 법원이 손해배상 법리의 재탐색을 통해 대차료의 적정성에 대한 다툼이 마무리되길 바란다. 최근 일부 판결이 과다한 대차료에 제동을 거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선정 한국보험법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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