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할 겁니다" 한마디 두고 날선 공방…발언·용어로 번진 간호법 갈등

정심교 기자 2023. 5. 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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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안의 향방이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에 달린 가운데 간호법을 둘러싼 발언이나 용어로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의 본질에선 벗어난 논란이지만 그만큼 이 법안을 두고 이해단체 간 날이 서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은 이후 최근 들어 난데 없이 불거진 용어 논란을 세 가지를 정리했다.
1R… 보건복지의료연대 vs 보건의료연대
현재 간호법 저지를 위해 뭉친 단체는 13곳으로, 이들은 최근 '보건복지의료연대'란 이름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연대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가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연대가 최초 결성된 지난해 7월엔 '간호법 저지 13개 단체 보건의료연대' 또는 '13보건의료연대'라고 명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는 '팩트체크'란 자료를 내고 "간호법 반대 단체가 보건복지의료연대, 보건의료연대 등 단체 용어를 혼용하고 있다"며 "이들은 편리에 따라 용어를 선택해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 A씨는 "단체명이 왔다 갔다 하는 것 자체가 제대로 된 단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해 8월 출범 당시 '복지'가 빠진 '13개 단체 보건의료연대'로 이름을 알렸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이 연대는 13개 단체에 소속된 보건의료 인력이 400만 명 수준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간호협회는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간호협회가 그 근거로 제시한 '2022 보건복지통계연보'(복지부 발간)에 따르면 의사(13만2065명), 치과의사(3만3036명), 간호조무사(72만5356명), 방사선사(5만432명), 임상병리사(6만5795명), 보건의료정보관리사(2만9034명), 응급구조사(3만7135명, 1·2급 포함)를 포함하면 107만2853명이다. 여기에 대한병원협회의 경우 구성원의 60%가 간호사인 점, 요양보호사는 자격증 소지자(220만6730명) 가운데 24.1%(53만1821명)만 활동 중이라는 점, 5개 요양보호사 관련 단체 중 요양보호사를 대표한다는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는 전국 100여 개 단체 중 하나일 뿐이어서 전체 요양보호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다 합해도 15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게 간호협회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3개 단체가 모이는 과정에서 처음엔 13 보건의료연대로 출범했지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등 요양 관련 단체가 들어가면서 '복지'라는 용어가 추가된 것"이라며 "명칭을 바꾼 후 단체명을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2R… 윤석열 대통령의 "전 할 겁니다"
"전 할 겁니다."

지난해 1월 11일,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이 한 이 말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발언"이라며 7일 해당 동영상을 협회 공식 유튜브에 올렸다. 이는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느냐를 두고 대한간호협회와 대통령실 측의 공방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대한간호협회에서 발언한 동영상 일부 화면. /사진=유튜브 캡처

이 영상에서 윤 대통령은 간호협회 회원들에게 "제가 정부를 맡게 되면 어떤 의료 기득권이라든지 이런 거에 제가 영향받지 않고 제가 할 테니까 저를 믿어주십시오"라며 "많은 기득권과 이런 것들이 엉켜있는 거 아니겠습니까?"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도움 되는 게 어떤 건지, 간호사들이 고생하는 건 저희가 가족들이 병원에 입원해 보고 눈으로 다 봤습니다. 전 할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과거 멘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권한이 윤 대통령의 손에 쥐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영상에서 윤 대통령은 "(간호법안이) 국회로 오게 되면 공정과 상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공약을 세운 적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뉴시스에 따르면 '간호법 제정이 대선 당시 공약이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약속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3R… 조무사 vs 간조사 vs 간무사
'의협', '간협'. 각각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를 압축한 통상 용어다. 그런데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무협'으로만 통일해줄 것을 언론에 요청하고 있다. 또 간호조무사를 줄일 땐 '간무사'로만 해달라는 요청도 더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간호조무사협회는 최근 보도자료에 '줄임말 참고사항 : 대한간호조무사협회 → 간무협 / 간호조무사 → 간무사'라는 글귀와 함께 "간호조무사 위상 강화를 위한 올바른 표현 사용에 동참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조무사라는 명칭의 원래 의미는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이 맞지만 2017년 이후부터 '어떤 일에 서툴거나,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정식 명칭 사용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무사라는 단어가 축구, 요리 등 특정 단어와 연계해 '서툴거나 역할을 못 하는 사람'이란 의미의 비하하는 표현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조무사를 '조무사' 혹은 '간조사'라고 부르면 자신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말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간호조무사는 '법정 자격을 갖고 의원급에서는 의사의 지시를, 병원급 이상에서는 간호사의 지사에 따라 간호와 진료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이다.

조무사(助務士)는 '보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간조사(看助士)는 '간호를 보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A씨는 "그런데 이들을 '간무사(看務士)'라고 불러달라는 건 자신들은 간호를 보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간호사의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자신들의 직무와 직책을 혼동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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