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대체재 아닌 보완재…AI와 공존, 인간에게 달려"
AI가 정보검색 비용 줄였지만
판단·결정은 인간 고유의 영역
인공지능 의존 땐 실패 불가피
어떻게 보완하는지가 중요해
AI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양질의 데이터·조직 역량 필요
◆ 세계지식포럼 ◆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인간의 예측 능력 가치는 감소하겠지만, 인간 판단력의 가치는 향후 더 증가할 것이다. 앞으로 기술 이용에 대한 성패는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상호 보완성을 얼마나 더 많이 이끌어내느냐에 달렸다."
지난해 말, 챗GPT가 대중에 공개된 이후 AI가 언제쯤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일부 저명인사들이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AI 확산이 인류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세계적인 석학이 이미 답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제23회 세계지식포럼 'AI, 데이터 과학, 모바일을 마케팅에 적용하는 전략' 세션에서 아닌디아 고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향후 10년간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이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는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정보·오퍼레이션·경영과학 및 마케팅 분야 석좌 교수인 그는 2017년 저서 '탭(TAP)'을 통해 그동안 삼성, 애플, 알리바바, SK,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며 조언해 온 모바일 연구 결과와 통찰을 담아 큰 반향을 일으킨 전문가다.
고즈 교수는 AI와 데이터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은 갖고 있는 지식을 전부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폴라니의 역설'이라고도 하는데, 인간이 지닌 암묵적 지식의 한계"라고 말했다. 다양한 데이터 세트를 하나의 모형으로 변환시키기 위해 인간은 많은 훈련이 필요하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작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지만 AI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즈 교수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기술 혁명에 있어 본질적으로 하나의 목표가 달성돼 왔다. 바로 정보 검색을 위한 비용이 줄어든 것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이후 더 많은 기업이 AI와 머신러닝을 도입하면서 예측 비용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즈 교수는 현재 AI가 갖는 한계도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데이터를 가지고 예측하고, 선택지를 제시하는 건 잘하지만 결정하는 부분은 그렇지 않다"며 "판단 요소 같은 것은 아직도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고, 결정을 AI 알고리즘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옳지 않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예측과 판단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AI의 활용이 결국 실패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혹은 그 이후 시대에 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한 요인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즈 교수는 AI를 사용한 사업을 시작할 때 반드시 최소 70%의 시간을 데이터 엔지니어링 구축에 할애하라고 조언하며 다섯 가지 핵심 요인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양질의 데이터다. 그는 "양질의 데이터가 없으면 AI를 통한 기업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데이터를 수익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조직 역량이다. 고즈 교수는 "조직의 문화가 후진적이면 전략을 갉아먹는다"며 "기업의 리더십이 데이터 기반 문화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며 리더가 의사 결정을 할 때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 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즈 교수는 네 번째로 기술, 특히 올바른 기술에 대한 투자를 언급했다. 그는 "소비자 행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기업은 어떤 투자를 하더라도 최대의 가치를 추출하지 못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향후 10년간 좋은 성과를 내는 회사가 되려면 AI 머신러닝과 데이터 마이닝, 애널리틱스, 통계학 등에 대한 기술력을 갖춘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요건으로는 그런 기술에 대한 윤리와 보안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꼽았다. 고즈 교수는 "데이터 규제 준수, 프라이버시법을 알고 준수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할 줄 아는 사람들을 고용해야 하고, 규제 당국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간과 AI의 공존 여부는 결국 이를 사람이 얼마나 최적화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고즈 교수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미래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최적화시키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향후 10년간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AI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즈 교수는 오는 9월 12~14일 서울신라호텔과 장충아레나에서 열리는 '제24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기술 발전이 기업과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통찰력을 다시 한번 보여줄 예정이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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