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가상공간 ‘광야의 전사’에서 현실세계 ‘서머 송’으로
광야의 용맹한 전사에서 현실세계의 발랄한 소녀로.
그룹 에스파가 8일 오후 6시 공개하는 세번째 미니앨범 <마이 월드>를 통해 보여주는 변화다. 에스파는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컴백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 앨범 타이틀곡 ‘스파이시’ 무대와 뮤직비디오를 언론에 먼저 선보였다.
모두 6곡이 담긴 <마이 월드>는 에스파가 자신들의 세계관 시즌2를 여는 앨범이다. 에스파는 2020년 데뷔 이후 ‘넥스트 레벨’ 등 노래와 두 장의 미니앨범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관 첫 시즌을 선보였다. ‘광야’라는 가상공간에 가서 자신들과 아바타 ‘아이’(ae)와의 소통을 끊어버린 악당 ‘블랙맘바’에 맞서 싸워 승리하는 이야기로 첫 시즌을 마쳤다. 이후 에스파가 현실세계로 돌아와서 시즌2의 문을 여는 앨범으로 내놓은 것이 <마이 월드>다.
<마이 월드>의 변화는 지난 2일 먼저 공개한 첫번째 트랙 ‘웰컴 투 마이 월드’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선율과 후반부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빛나는 곡으로, 기존 에스파 스타일과 확연히 다르다. 여기에는 ‘나이비스’라는 아티스트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그는 시즌1에서 에스파 멤버들을 도운 조력자인 에이아이(AI) 캐릭터다. 에스파는 나이비스를 현실세계로 초대해 시즌2에서도 함께한다. 멤버들은 이 노래에 얽힌 뒷얘기를 이날 간담회에서 들려줬다. 원래는 나이비스 솔로 곡에 에스파가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에스파 멤버들이 이 노래를 마음에 들어 해서 이번 앨범에 넣고 나이비스가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식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타이틀곡 ‘스파이시’를 선정하는 데도 멤버들 목소리가 큰 영향을 끼쳤다. ‘스파이시’는 묵직한 비트 위에 상큼하고 청량한 선율을 얹은 여름 노래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밝고 화사한 캠퍼스룩 스타일의 옷을 입고 발랄하게 춤추는 10대 소녀들의 모습을 선보인다. 카리나는 “예전에 이 노래를 딱 한번 듣고도 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좋았다. 이번에 우리가 돌아오는 현실세계와도 어울리고 다가올 여름과도 딱이어서 이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하고 싶다고 제안했더니 회사가 받아들여줬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소속사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 에스엠은 최근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창립자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물러나고 멀티 프로듀싱 체제로 바뀌었다. 이 전 총괄의 색깔에서 벗어나 에스파 멤버들과 전담 프로듀싱 팀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기존의 묵직하고 강렬한 음악보다는 좀 더 편안하고 밝은 노래들이 앨범을 채운다. 감미로운 알앤비(R&B)(‘서스티’)와 발라드(‘틸 위 미트 어게인’)도 있다. 닝닝은 “에스파에겐 양면성이 있다. 이전에 전투적인 노래를 했다면 이번에는 대중적인 노래를 했다. 앞으로 다양한 노래를 시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브, 뉴진스, 르세라핌 등 4세대 걸그룹들의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에스파는 소속사의 경영권 분쟁으로 컴백이 늦춰진 바 있다. 부담감은 없을까? 윈터는 “회사의 변화 때문에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우리 음악을 잘 선보이는 데만 초점을 맞춰와서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팬들이 오해하거나 혼란스러워할까봐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른 4세대 걸그룹들에 대해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 같이 케이팝으로 한국을 알리면 좋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만의 캐릭터와 세계관의 차별점으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마이 월드>는 선주문만으로 180만장을 돌파했다. 역대 케이팝 걸그룹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위는 지난해 블랙핑크가 정규 2집 <본 핑크>로 기록한 200만장이다. 윈터는 “선주문량 얘기를 듣고 놀랐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더 노력하는 에스파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에스파는 오는 8월 일본 도쿄돔에서 단독공연을 한다. 카리나는 “도쿄돔은 꿈의 무대였는데, 단독공연으로 서게 돼 영광”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닝닝은 “코로나 시기에 데뷔한 탓에 팬들과 직접 만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앞으로 국내외 팬들과 더 많이 소통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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