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 칼럼] 태영호 vs 김남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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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논란이 '평양 스타일' 때문이라고 한 언론이 보도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한국 정치인의 전형이 됐다.
투기에 가까운 가상자산 규제에 그간 무관심했고 지금 의원의 투자에도 둔감한 건 의원들 다수가 투자자이기 때문인가.
문제의 핵심인 대통령실의 당 개입 의혹은 덮어둔 채 "있지도 않은 말을 함으로써 문제"(이철규 사무총장)를 만든 태 의원만 잘라내는 궁색한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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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개입·코인 논란에 남 탓, 희생양 자처
양당 미적거리는 대처도 닮은꼴
자기 당 문제 해결에 여론 달렸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논란이 ‘평양 스타일’ 때문이라고 한 언론이 보도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한국 정치인의 전형이 됐다. 이진복 정무수석의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녹취가 1일 보도됐을 때 태 의원은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주저 없이 자기 육성을 부정했다. 오히려 “불순한 의도로 유출”한 보좌관을 탓했고, 언론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쪼개기 후원금 수수, 스펙용 청년보좌관 채용 등 의혹이 이어지는데 “음해성 정치공세와 가짜 뉴스” “악의적 보도”로 몰았다. “때리면 때릴수록 더욱 강해지는 강철 같은 정치인이 되겠다”며 희생양·투사를 자처한 대목은 정점이다. 그는 한국 정치의 나쁜 점을 너무나 잘 배웠다. 문제의 본질은 덮어버리고 남 탓으로 돌려 자신을 피해자로 만드는 기술로 정치를 한다.
‘태영호 스타일’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초당적인지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여주었다.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사실이 5일 보도되자 김 의원은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고 생각된다”며 “윤석열 실정을 덮으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반격했다. “‘국민의힘 이준석’이 하면 자랑이 되고, ‘민주당 김남국’이 하면 문제가 되는가?”라고도 했다. 물론 수사기관이나 알 수 있는 거래 정보가 알려졌으니 검찰의 유출이 의심스럽기는 하다. 불법이 드러난 것도 현재로선 없다. 김 의원은 8일 비로소 자금 출처는 주식 매각 대금이고 현재 가상자산 보유액은 9억1,000여만 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더라도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공동발의한 것이 그렇게 당당한 일인지 의문이다. 곤궁과 검소를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워 후원금을 모금했던 것에 대해선 후원자들의 배신감을 어떻게 달래려는지 묻고 싶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김 의원에게 대응을 미룬 민주당이다. 당이 나서서 문제가 없는지 살피겠다는 발표나, 공직자 재산공개에 가상자산도 포함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조치가 있어야 마땅했다. 민주당은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포기하고 뒤늦게 윤관석·이성만 의원 탈당에 그쳐 아무것도 안 했다는 인상을 남기더니, 모든 문제를 사법에 떠넘기고 정치적 책임은 외면하겠다는 건가. 투기에 가까운 가상자산 규제에 그간 무관심했고 지금 의원의 투자에도 둔감한 건 의원들 다수가 투자자이기 때문인가.
8일 오후 국민의힘은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태 의원 중징계를 논의했다. 당이 나서긴 했지만 애초의 문제였던 ‘4·3 색깔론’에는 미적거리다가 대통령실로 불똥이 튀자 다급히 윤리위에 회부하고 “당원권 정지 1년 중징계” 강경론으로 선회한 것을 제대로 된 대처라 하긴 어렵다. 문제의 핵심인 대통령실의 당 개입 의혹은 덮어둔 채 “있지도 않은 말을 함으로써 문제”(이철규 사무총장)를 만든 태 의원만 잘라내는 궁색한 처지다. “(공천 개입) 녹취록이 사실이면 어쩌려고 그러는가”(유승민 전 의원)라는 말은 묵살하는 현실이다. 최고위원들 발언이 또 논란이 될까 봐 회의 자체를 열지 않는 모습도 우습다.
두 당은 ‘대통령실을 수사해야 한다’ ‘약자 코스프레 이중성에 입을 못 다물고 있다’며 상대당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반사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은요?’라는 반문으로 수렁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스스로 감당해야 할 책임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지 않는 한 같은 문제가 언제 또 재연될지 모른다. 국민 여론은 이제 양당이 자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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