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 인기 이끄는, 코믹 뒤에 숨겨진 강렬한 ‘막장 코드’[스경연예연구소]
시청률의 측면으로만 봤을 때 2023년 5월, 안방극장에서 가장 돋보이고 있는 작품은 JTBC 주말극 ‘닥터 차정숙’이다.
‘신성한, 이혼’의 후속으로 지난달 15일 첫 방송 된 ‘닥터 차정숙’은 1회 시청률이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으로 4.9%에 그쳤지만 가파른 상승곡선을 펼쳐 지난 7일 방송된 8회에서 16.2%를 찍었다.
지난해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 잠깐 출연하긴 했었지만, 이 작품은 배우 엄정화가 2017년 MBC에서 방송된 ‘당신은 너무합니다’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단독 주연작품이다. 20년을 의사의 꿈을 접고 전업주부로 살던 주인공이 큰일을 겪은 후 갖은 시련을 겪으며 의사로서 성장하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극의 인기 원인을 꼽으라면 곳곳에 숨어있는 ‘코믹 코드’를 들 수 있다. ‘닥터 차정숙’은 한 편의 잘짜여진 시트콤(시츄에이션 코미디)이다. 시츄에이션 코미디는 상황에서 주는 웃음을 강조하는 장르인데 굳이 주인공들이 우스꽝스러운 행색이나 표정을 짓지 않더라도 웃음을 주는 상황이 많음을 의미한다.
극 중 구산대학병원에 레지던트 생활을 하게 되는 차정숙(엄정화)은 같은 병원에 일하고 있는 남편 서인호(김병철)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서로의 신분을 숨긴다. 그 과정에서 차정숙이 아들의 여자친구, 어쩌면 미래에 며느리가 될 수도 있는 전소라(조아람)에게 사사건건 구박을 받는 부분이라든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서인호가 정작 미남 의사인 로이 킴(민우혁)과 아내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질투하는 장면 등에서는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그 나머지 부분은 휴먼드라마의 성격이 채운다. 차정숙은 비록 의사의 기술로서는 아직 한참이 모자란 레지던트 1년 차지만 ‘의술’보다는 ‘인술’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재벌회장 오창규(송영창)을 지극정성으로 돌봐 결국 그의 마음을 얻어 병원에 100억 기부를 유치한다. 그 결과는 결국 병원에서 쫓겨날 뻔했던 차정숙에게 병원에 남아야 할 이유를 제공한다.
그 외에도 차정숙은 실의에 빠져 투신을 시도하는 환자를 설득해 같이 뛰어내리는 용감성을 보이고, 딸을 만나고 싶어하는 환자의 소원을 위해 의사인 딸을 설득하기도 한다. 드라마는 결국 ‘의술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진짜 의술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하지만 이 모든 설정이 폭발력을 받는 이유는 결국 차정숙의 상황 때문이다. 그는 남편과의 결혼 때문에 의사의 꿈을 저버렸지만, 그 남편이 알고 보니 불륜관계가 있었고, 그 상대가 그의 첫사랑이었다. 심지어는 이 첫사랑이 남편의 아이까지 낳아 키워 그 아이가 차정숙의 딸에게 친구인 척 접근하기도 한다.
딸인 두 친구는 서인호의 불륜녀 최승희(명세빈)의 딸이 본격적으로 불편한 진실을 퍼뜨리기 시작하자 매섭게 대치한다. 따지고 보면 이 드라마는 서인호라는 천인공노할 남편이 저질러 놓은 불륜 때문에 차정숙과 최승희 두 여자가 모두 불행해지는 이야기인 것이다.
심지어 차정숙의 시어머니, 서인호의 어머니인 곽애심(박준금)은 이 기가 막힐 사실을 알고도 “며느리에게는 모른 척하자”며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하다. 이러한 사정은 차정숙의 기구한 운명을 강조하고, 웬만한 지상파 ‘막장드라마’의 이야기를 능가하는 자극성과 처연함이 있다.
하지만 극 전반에 보이는 코믹과 휴먼 드라마의 분위기는 이 처참한 막장 상황을 윤색해 그렇지 않게 보이게 해준다. 이는 한편으로는 드라마의 전략적 승리이자 승부수일 수 있으나, 또 한 편으로는 서인호의 잘못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
‘닥터 차정숙’은 겉으로는 단 사탕을 싸놨지만 안에는 쓰디쓴 진실이 숨어있는, 어찌 보면 ‘당의정’과도 같다. 휴먼드라마와 막장드라마, 그 모순적인 상황이 제작진의 절묘한 구성에 녹아들어 자기도 모르게 극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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