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날’ 쇼핑객 몰린 아울렛, 순식간에 악몽으로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3. 5. 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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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6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앨런 프리미엄 아울렛’. 이날은 미 ‘어머니의 날(14일)’을 일주일 앞둔 토요일이라 선물을 사러 쇼핑객들이 몰리는 날이었다.

오후 3시 36분. 아울렛 점포에 가까운 주차장에 은색 세단이 멈췄다. 차에서 내린 남성은 곧바로 꼿꼿이 선 채로 쉬지 않고 총을 쏘기 시작했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한인 조모 씨 일가족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부상당한 7명 중 3명도 중태에 빠진 상태다. 경찰 당국은 5세부터 61세까지 부상자들이 병원에 이송됐다고 밝혔는데 이 중에는 숨진 조 씨의 첫째인 5세 아들도 포함돼 있다.

댈러스 지역 한 교민은 “마침 한국 어버이날과도 겹쳐 쇼핑몰에 가는 이들이 많았다”며 “대낮에 안전한 줄 알았던 아울렛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아들 찾아왔더니 지옥의 풍경

“군대에서도 보기 힘든 끔직한 장면이었어요.”

전직 군인이자 경찰인 스티븐 스페인하우어 씨는 ‘총격 사건이 났다’는 아들의 전화에 놀라 아울렛으로 차를 몰았다. 아들은 아울렛 직원이었다. 그는 숨진 7명이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고 CNN에 전했다. 죽은 엄마에 깔려 있던 살아 있는 어린 남자 아이를 꺼냈다고도 했다. 엄마가 아이를 보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전했다.

현장에 있던 킴벌리 블레이키 씨는 범인이 총을 쏘기 시작한 순간 딸과 함께 주차장으로 전력 질주했다고 했다. 그는 “총격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일어났다. 당황한 나머지 차를 총격범 쪽으로 몰았다가 다시 트는 과정에서 총알 두 발이 차에 맞았다”고 전했다. 공포 속에 타이어가 펑크난지도 모르고 집까지 갔다고 한다. 아울렛은 수백 명이 대피하느라 금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자동 소총인 A-15류로 무차별 공격을 가하던 총격범 마우리시오 가르시아(33)가 현장에서 경찰의 총에 사살되며 악몽이 끝났다. 다른 신고로 마침 인근 쇼핑몰에 와있던 경찰관이 현장에서 교전을 벌인 끝에 법인을 제압했다.

미 당국은 사망자와 부상자 신원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한인 교회 등 지역 사회에서 조 씨 부부가 오기로 한 교회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등 소식이 퍼지며 희생 사실이 알려졌다. 한인 2세로 미국 국적인 남편 조 씨와 아내 강 씨는 각각 변호사와 치과의사로서 지역사회에서 좋은 평판을 받아 왔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미 언론에 밝혀진 또 다른 희생자는 크리스찬 라쿠아(20) 씨로 아울렛에서 일하던 보안요원이었다. 7일 댈러스와 앨런 주민들은 아울렛에 모여 촛불을 들고 희생자를 애도했다.

● 인종 혐오범죄 여부에 관심 집중

경찰은 범인의 차량과 머물던 모텔에서 AR-15를 제외한 다른 무기들도 잇달아 발견했다. 가르시아는 보안요원으로 근무하기 위해 총기 숙련도 교육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텍사스주법에 따라 2016~2020년 보안요원으로 근무할 수 있는 자격증을 땄고 실제 보안회사 3곳에서 일한 경력이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가르시아는 소셜미디어에 신(新)나치를 포함해 인종 혐오 게시물을 수백 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당국은 그의 가족을 대상으로도 평소 가르시아의 가치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가르시아가 범행 장소로 택한 댈러스 지역이 아시아계 밀집도가 높은 곳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앨런시가 속한 댈러스-포트워스 대도시 권역은 최근 아시아계 증가율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5월에도 댈러스 코리아타운의 한 미용실에서 30대 남성이 침입해 22구경 소총 13발을 쏴 한인 여성 3명이 부상을 당했고, 30대 범인은 증오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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