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한 것처럼”…번역업체와 짜고 1600만원 가로챈 공기업 직원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최수진)는 최근 가스안전공사 상급 직원 A씨와 하급 직원 B씨 등 2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가 허위의 번역비용 지급 계획을 기안하고 A씨 등이 그 지출품의서를 결재함으로써 공사로 하여금 번역업체에 번역비를 지급하게 했다”며 “이후 B씨가 번역업체로부터 그 중 일부를 개인 계좌로 돌려받아 수출입은행에 용역 지체상금으로 전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A씨 등은 수출입은행의 용역 업무를 수행하던 중 정해진 기간 안에 결과물을 제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계약상 의무를 기한 안에 이행하지 못할 경우 지급하는 손해배상 성격의 금품인 지체상금 1470만원을 수출입은행에 내야 했다.
이들은 이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한 번역업체와 짜고 허위 견적서를 작성한 다음 ‘영문 번역비용 지급계획안’을 기안했다. 이 용역과 관련해서는 번역용역을 의뢰할 사항이 없었다.
가스안전공사는 번역업체에 용역대금 1648만5000원을 지급했다. 이 업체는 B씨 개인 예금계좌로 178만5000원을 제외한 1470만원을 송금했다. B씨는 이 돈으로 지체상금을 납부했다.
가스안전공사는 A씨가 비위 행위를 방조했다고 보고 B씨와 함께 강등 처분했다. 이들은 용역 사업책임자인 가스안전공사 소속 실장과 수출입은행 팀장의 합의 사항을 이행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중노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등도 허위 번역 비용 보고와 유용의 사실관계, 그에 관여한 자신들의 행위 자체에 관해서는 다투지 않는다”며 “번역비용으로 용도가 제한된 예산을 임의로 사용한 공금 유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에 지체상금 발생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존재하지 않는 번역 업무에 대한 예산지출을 허위로 보고한 것”이라며 “징계사유”라고 지적했다.
가스안전공사 사업책임자와 발주기관 팀장의 결정을 따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상급자 등의 일방적·강압적 지시·강요로 불가피하게 비위 행위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설령 부당한 지시 등이 있었더라도 이를 거부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A씨는 승진을 위한 인사위원회 심의를, B씨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인사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었다”며 “A씨 등에게 보고서 제출 지연이라는 업무상 과오로 지체상금이 발생한 사실을 은폐하고자 할 동기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A씨 등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최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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