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경험 살려 악보에 숨은 의미 찾죠"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내한
17일 서울·20일 부천서 공연
"고음악(古音樂)이라고 해서 단순히 옛것을 재현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음악을 역사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일 뿐이죠. 저와 동료들의 목표는 구시대적이지 않고 명료성을 살려 연주하는 것입니다."
'고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벨기에 출신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76·사진)는 고음악을 명확하게 전하는 것이 지휘자이자 연주자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17일(서울 예술의전당)과 20일(경기 부천아트센터) 자신이 창단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6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나 고음악의 진수를 전할 예정이다.
그는 지휘에 있어 악보의 함의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는 조화롭게 연주하는 것, 두 번째는 악보가 쓰인 그대로 연주하는 것, 세 번째는 악보에 담긴 정신적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해요."
정신과 의사 출신으로도 유명한 헤레베허는 의학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지휘자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음악가들은 지적이고 감정이 풍부합니다. 하지만 음악원에서는 사고하는 것을 가르쳐주지는 않아요. 그래서 대학에서 정신의학을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휘자에게는 분석적인 사고력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하고요."
헤레베허는 1991년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이후 30년 넘게 악보 속 의미를 이해하면서 연주해오는 작업을 이어왔다. "시간이 빨리 흐르니 제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지휘자로 활동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죠. 이미 좋은 연주가 많지만, 다른 방식으로 연주(지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와 같은 곡들을 꼭 녹음해보고 싶어요."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한다. 두 곡 모두 대위법(둘 이상의 멜로디를 동시에 결합하는 작곡 기법) 기술이 집약된 작품으로 두 작곡가의 예술적 정수를 담은 곡으로 평가받는다. 헤레베허는 두 곡이 팬데믹 이후 일상을 회복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은 것을 선곡 이유로 꼽았다.
"아마도 한국 관객분들에게 익숙한 희망과 이상향을 전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곡 모두 긍정과 희망의 정서로 고난과 시련을 딛고 일어나는 '인간의 승리'를 담고 있어요. 어떤 면에서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도 비슷하죠. 2019년에 경남 통영에서 한국 관객들의 열정이 가득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다시 만날 수 있어 매우 기대됩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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