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지지했던 그 시절로"…27년만에 다시 만나는 '아기공룡 둘리'(종합)

고승아 기자 2023. 5. 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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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시사회 및 간담회 [N현장]
'둘리' 제작자 김수정 감독 ⓒ 뉴스1 고승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아기공룡 둘리'의 아빠인 김수정 감독이 1996년도에 선보인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을 4K 리마스터링해서 돌아왔다. 김 감독은 40년을 맞이한 둘리에 대한 소회와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려 김수정 감독이 참석했다.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은 '아기공룡 둘리'의 탄생 40주년을 맞이해 리마스터링된 작품으로, 1996년 개봉한 둘리 시리즈의 유일한 극장판 영화다. 둘리를 탄생시킨 김수정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 감독은 이날 "40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닌데, 작가 입장에서, 그리고 둘리 아빠 입장에서는 둘리를 대하는 마음이 여전하다"라며 "또한 고길동씨를 다루는 마음도 같다. 여러분들 곁에 고길동이 있는 것처럼 제 곁에 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앞으로도 계속 변함 없이, 여러분이 둘리를 사랑하듯 저도 역시 둘리를 사랑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한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변함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제작된 게 30년 전, 1996년에 개봉됐는데 다시 선보이면서 아무래도 장면 장면을 보면서 그때의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던 기억들이 선명하게 난다"라며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 참 열악한 상황 속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그때 작업에 참여했던 스태프들이 상당수 떠났고, 지금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수만 남았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이 작업을 할 때 한 사람 한 사람 다 부족했지만 총감독부터, 그래도 열정으로 이 작업을 했는데 정말 작은 예산으로 만들어 냈고 날짜에 맞춰 그 많은 스태프가 힘을 모아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걸고 해냈던 열정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며 "그 열정이 어느 정도 이어지지 못한 점도 아쉬운데 다시 한번 그 열정을 되살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둘리' 제작자 김수정 감독 ⓒ 뉴스1 고승아 기자

이번 리마스터링 작업은 한국영상원에서 작업됐다. 김 감독은 "리마스터링된 필름은 한국영상원에서 복원 작업을 했는데 저는 이 작업의 진행 과정은 몰랐다"라며 "국책 사업으로 복원 작업을 했고 그 중에 둘리가 들어간 것 같은데, 원래 있던 마스터 필름이 영상원에서 보존을 시켜놓은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필름은 시간이 지나면 퇴색이 되고 손상이 되니까 처음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마스터 필름을 맡겼는데 그걸 영상원에 의해서 발견이 됐고 작업이 된 것"이라며 "저는 리마스터링 작업 과정 중에 여러 가지 체크를 하고 컬러 등에서 조언을 했고, 이건 영상원에서 오롯이 만들어진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1억년 전 빙산 조각에 갇혀 엄마와 헤어진 둘리가 우연히 쌍문동에 사는 고길동의 집에 머물며, 희동이, 도우너, 또치, 마이콜과 만나 타임 코스모스를 타고 미래로 여행을 떠났다가 얼음별로 향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 감독은 둘리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것에 대해 "둘리에서 중요한 건 캐릭터 자체가 상당히 이야기 구조가 화당무개하고 판타지와 엉뚱한 이야기도 있지만, 둘리 주변을 둘러싼 캐릭터들이 현실적이다"라며 "현실을 바탕으로 깔고 있어서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과 연계 되면서 오랫동안 우리들 곁을 지키지 않나 그렇게 본다"고 봤다.

다만 '아기공룡 둘리'의 새로운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다루는 작업은 미정이다. 김 감독은 "우선 고길동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에 대해선 계획이 없고, 2009년 TV 시리즈 이후 극장판을 기획했는데 중간에 무산되면서 끝내 선을 못보이게 됐는데 여건상 좋지 않아 출판 만화 쪽으로 나오게 될 것 같다"며 "내년 즈음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그 작품에서 고길동씨에 대한 이야기가 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한다"고 귀띔했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상황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애니메이션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데 제일 먼저 시장인 것 같다"며 "애니메이션이 제작에 소요되는 경비가 사실 만만치가 않고, 그 제작비 대비 소위 흥행,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느냐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투자자들이 꺼리고 있고, 투자가 꺼려 지고 가뭄에 콩 나듯 계획이 되다 보니까 그 바탕에서 발전될 수 있는 기술적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자들이 이익을 남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투자가 안 된다"며 "저 같은 경우에도 '얼음별 대모험'을 제작하고 투자받는 빚을 갚는데 만 5년이 걸렸다, 그래서 2009년에나 TV 시리즈가 나왔고, 한 편 제작하고 다 끝내는데 결국 10여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 어려운 문제가 있고 제작자와 감독도 새로운 걸 만드는 데 굉장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사실 쉽게 애니메이션 제작을 염두에 두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포스터

이 가운데 최근 극장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흥행을 이끌고 있는 상황. 한국을 대표하는 캐릭터이자 애니메이션인 '아기공룡 둘리'의 유일한 극장판이 개봉하면서 다시금 의미를 더할 전망이다.

이에 김 감독은 "먼저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만화가인 상황인데 제가 새로운 작품들을 계승해서 공유하지 못한 점에서 송구스럽다"고 했다. 이어 "지금 한국 극장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흥행하는 것을 볼 때 마음도 쓰리고 한편으로는 죄책감도 느낀다"면서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여건이 사실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그래서 마음은 굴뚝같은데 여러 가지 여건이나 상황이 따라와 주지 못한 것도 있고, 제 개인적으로 못난 부분들이 있어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앞으로 상황이 좋아지고, 애니메이터들과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이 조금 더 열심히 하신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라며 "사실 참 말씀드리기가 힘들다, 앞으로도 제게 기회가 생긴다면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작업할 생각도 갖고 있고 그런 기회도 만들어보려고 한다,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으로 오랜만에 돌아온 김 감독은 "시간이 흘렀다고 배신하면 안 되지 않나"라며 농담을 건넨 뒤, "사실 둘리도, 고길동도 이야기는 변하지 않았는데 사람의 입장이나 이치가 바뀌었다"며 "그래서 40년 전이든, 27년 전이든 과거로 돌아가서 내가 다시 한 번 둘리를 좋아하고 지지하고, 둘리와 한 몸이 되어서 지지했던 그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내 아이와 같이, 고길동씨는 접어 두고 마냥 둘리가 되어서 천진난만한 추억 속으로 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진심을 내비쳤다.

영화는 오는 24일 개봉.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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