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 “보도 간섭 용납 못해”…주중대사관 항의에 반박하며 설전
주중 한국대사관이 중국 관영매체의 윤석열 대통령 방미 관련 보도에 대해 공식 항의하자 해당 매체가 사설을 통해 “난폭한 보도 간섭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방미 전 윤 대통령의 ‘대만해협 현상 변경 반대’ 발언에서 시작된 양국 외교당국 간 신경전이 현지 매체와 공관의 설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8일 ‘한국대사관의 항의에 할 말이 있다’는 공동 사설을 실었다. 두 매체는 사설에서 “주중 한국대사관은 최근 본보의 윤 대통령 방미 관련 보도와 논평에 대해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내왔다”며 “이런 격렬한 정사와 선을 넘는 언사는 외교기관에서 나와서는 안 되며 다른 나라 매체의 독립적 보도에 대해 난폭하다고 할 만한 방식으로 간섭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대사관이 이례적으로 항의 서한을 한국 언론에 공개해 한국 여론이 들끓고 있는 만큼 우리는 공개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두 매체에 게재된 사설은 주중 한국대사관이 지난 4일 보낸 항의서한에 대한 반박의 성격을 갖는다. 앞서 주중 한국대사관은 지난 5일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가 최근 지속적으로 우리 정상 및 외교정책과 관련해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근거 없는 비난 기사를 게재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4일 언론사 측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주중 대사관은 두 매체에 보낸 서한에서 “귀 신문사의 4월26일, 4월30일, 5월3일, 5월4일자에 게재된 일련의 한국 정상 및 외교정책에 대한 부당한 비방 기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특히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부적절한 표현까지 동원해 우리 정상을 근거 없이 비난하는 일부 내용은 언론 보도인지 조차 의심케 할 정도이고, 이런 보도가 한·중 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관한 모든 책임은 귀 신문사에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두 매체는 “한국 정부가 미·일 등의 지역 안정 파괴에 영합하고 대만 문제 등 중국의 주권이 걸린 중대 의제에서 여러 차례 잘못된 발언을 하며 중국 내정을 거칠게 간섭한 데 이어 중국 언론에까지 화력을 조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돌렸다. 사설은 “중국의 핵심 이익 문제에 있어 한국 측의 부적절하고 잘못된 심지어 위험한 언급이나 중·한 관계에 대한 부정적 움직임은 중국 사회에서 강렬한 반감과 경계심을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양국 민간의 부정적 인식을 조장한 원흉”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또 말미에 “솔직히 말해 한국 외교당국이 진정으로 국제 정치의 현실을 이해하고 파악하고 있는지, 중·한 관계의 건전하고 성숙한 발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한국 측에는 오해를 가중시킬 것이 분명한 항의가 아니라 좀 더 설득력 있는 입증과 해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대사관의) 항의에 대해 우리도 항의를 표시한다”고 덧붙였다.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이날 두 매체의 사설에 대해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우리 정상과 외교 정책에 대한 근거없는 무례한 표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음에도 해당 언론사가 용납할 수 없다는 거친 표현을 쓰며 수용하지 않은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관련 사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서 “관련 보도를 알고 있고 그에 대한 환구시보의 대응 사실도 알고 있다”며 “근래 중·한간 부정적 여론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두 분명히 알고 있고 근원을 잘 관리하는 것이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는 데 있어 관건이며 이를 위해 한국 측이 더 많은 건설적인 노력을 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 보도에 대해 “중국 정부 입장을 반영하지 않지만 중국 국내 민의를 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 났다’는 공동 사설로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을 강하게 비판한 데 이어 여러 차례 기사와 사설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을 직격한 바 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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