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비상 해제했지만 다음 팬데믹 준비 여전히 미흡”

염현아 기자 2023. 5. 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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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오늘 감염병 자문위 회의...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논의
이르면 내일 위기평가회의 소집해 조정 시기 결정
“현장 혼란 줄이려면 엔데믹 의료체계 확립 서둘러야”
지영미 질병관리청장./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국제보건기구(WHO)가 지난 5일(현지시각) 코로나19 국제 공중 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함에 따라 방역당국도 일상회복을 위한 방역조치 완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새로운 의료체계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질병관리청은 8일 오후 5시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감염병 자문위) 화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과 방역조치 전환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르면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위기평가회의를 소집해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조정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WHO의 이번 선언은 팬데믹(대규모 감염사태)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코로나19의 위협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공동 대응해야 하는 비상 상황으로 보지 않고 일상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번 조치에 따라 엔데믹으로 가기 위한 일상회복 로드맵을 3단계에 걸쳐 시행하기로 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1단계에서는 법정 감염병 위기경보가 최고단계인 ‘심각’에서 ‘경계’로 낮아진다. 당국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이를 하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20년 2월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된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낮아지면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기간도 현행 7일에서 5일로 단축된다.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해체되고 보건소 임시선별검사소가 문을 닫는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발표했던 국내 확진자 통계도 주간 단위로 바뀐다. 다만 확진자 생활지원비·유급휴가 지원은 그대로 유지된다.

코로나19 위기단계가 하향 조정되더라도 일선 현장의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확진자 격리 단축 시점은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국은 방역조치 완화를 위한 준비에 서두르는 모양새이지만, 전문가들은 준비가 늦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계는 보건복지부가 확진자 검사, 치료, 보험 체계, 비대면 진료 등 의료체계를 정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WHO 선언과 별개로 미국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매뉴얼화한 플레이북을 마련해왔는데, 한국은 WHO가 종료 선언을 하고나서야 대응에 나섰다”며 “WHO만 기다릴 게 아니라 다음 팬데믹이 당장 내일이라도 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미리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지난 1월 WHO의 결정과 관계없이 미국 내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 시점을 이달 11일로 못박았다. 분기마다 PHEIC 여부를 결정해온 WHO는 같은 날 PHEIC 유지를 결정했다. 이후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중심으로 백신·치료제·자가검사키트 공급과 의료보험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관리 체계에 대해 시나리오별 대응을 표준화한 지침을 마련해왔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일상회복 로드맵은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면서도 “아직 미정으로 남아 있는 중요한 사안들이 빨리 확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면 의료기관에서의 PCR(유전자증폭)검사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인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인플루엔자(독감)나 다른 호흡기바이러스는 급여 조건을 제한해서 PCR 검사를 진행해왔는데, 예외적으로 무료 제공해온 코로나19 검사도 다른 호흡기바이러스와 형평성을 맞출 것인지, 시판되는 자가검사 제품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을 정해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국내에선 4주째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지원 체계를 중단하려면 그 이후가 준비가 잘 돼야 하는데, 아직 부족해 보인다”며 “지금 수준은 통상 의료체계에서 감당할 수 있지만, 증가세가 계속되면 또다시 병상이 부족해지고 취약자 보호에 문제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또 “지금은 다른 호흡기감염병과 맞물려 코로나19 증상이 분간이 안 돼 숨어있는 확진자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는 4주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대본은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8164명 추가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누적 확진자는 3128만5910명으로 늘었다. 1주일 전인 이달 1일(5774명)과 비교하면 2390명 늘었다. 1일에는 전주 대비 747명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이번엔 증가 폭이 3배 이상으로 뛰었다. 월요일 기준으로는 지난달 10일 이후 4주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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