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유관기관장에 국회 3선·상임위원장 출신 잇따라 선임, 배경은?
생보협회·보험연수원도 3선·상임위원장 출신
“국회·금융당국 상대 적임자”···“생계형 정치인 일자리 만들기” 비판도
보험 유관기관장에 3선을 지낸 전직 국회의원이 잇따라 선임되고 있다. 보험 유관기관장의 이름값이 갈 수록 커지는 데 대해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민원도 많은 보험업계 특성상 내부인사보다 중량감 있는 외부인사를 선호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생계형 정치인을 위한 자리 만들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인보험대리점(GA) 단체인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지난달 28일 회장추천심사위원회(회추위)를 열고 김용태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55·사진)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사회가 오는 17일 확정하면 김 전 의원은 6월2일에 정식 취임한다. 임기는 2년이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김 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사회에서 정식으로 (신임 회장 선임 건을) 확정하면 실무진과 만나 구체적인 현안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서울 양천을에서 3선(18·19·20대)을 지냈다. 20대 국회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사무총장, 국회 정무위원장(전반기)을 역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올랐다.
1970년에 창립한 보험대리점협회는 주로 금융감독원 국장급 인사가 회장을 맡았다. 이번에도 금감원 전 국장들이 하마평에 올랐으나 협회 회원사들이 직접 김 전 의원을 찾아가 협회를 이끌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젊으면서도 여·야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김 전 의원이 단체를 이끌면 보험 판매전문회사 등 업계가 원하는 제도를 법제화하는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협회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와 보험연수원 수장도 3선 의원을 지낸 국회 상임위원장 출신이 맡고 있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70)은 2020년 12월 취임했다. 17·18·19대 의원(한나라당 등)을 지냈고 19대 국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장을 지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공천에서 탈락한 후 당적을 옮겼다. 이후 2018년 12월부터 2년 동안 보험연수원장을 지냈다.
정희수 회장 후임인 민병두 보험연수원장(65)은 17·19·20대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을 지냈고 20대 국회에서는 김용태 전 의원에 이어 후반기 정무위원장을 맡았다. 20대 의원을 끝낸 이듬해인 2021년 1월 보험연수원장에 취임했다.
보험권에서는 유력 정치인의 기관장 취임을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협회는 국회나 정부를 상대하는 대관 성격이 강한 만큼 힘 센 사람이 오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름값만 알리려고 할 뿐 실질적인 성과는 내지 못한다는 반론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단체나 보험연수원은 유명 정치인을 영입해야 할 정도로 ‘얼굴’이 중요한 곳이 아니다”면서 “전문성 없는 정치 낭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불과하다”고 말했다.
유력 정치인이 유관단체장으로 오면서 각 보험사가 의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보험 협회장이나 연수원장은 상무나 전무 등 각 사 임원이 응대하는데 정무위원장까지 지낸 3선 의원은 달리 대접해야 뒷탈이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한 기관장이 취임 후 각 보험사를 방문할 때 대형 생명보험사 중 한 곳은 대표가 1층까지 내려가서 환대했지만 또 다른 한 곳은 고민 끝에 사장이 본인 사무실에 앉아 응대했다는 후문이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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