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과거 ‘청산’하고 한·미·일 군사협력 가속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양국 관계의 뚜렷한 개선’으로 평가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중순에 열리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한·미·일 안보협력에 본격적인 속도를 낼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전날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안보 등과 관련한 철저한 후속 조치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워싱턴선언’은 완결된 것이 아니다”라며 “이것이 궤도에 오르고 일본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한·미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 참여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기자회견 이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브리핑에서 “지금 우리가 막 만들어놓은 한·미 간 핵 협의그룹 자체를 3자나 4자로 확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한 점으로 볼 때 한·미 간 NCG의 안정된 운영이 우선될 것으로 보인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날 통화에서 “일본 내부적으로도 핵무기 운용과 관련한 반대 여론도 있기 때문에 내부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단시간 내 참여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윤 대통령은 이미 일본이 북한이나 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보유 방침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으며, 종료 유예 상태였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법적 지위도 정상화를 선언한 상태다. 한·일 군사협력의 걸림돌을 선제적으로 제거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가 이어지고,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가 보이는 가운데 일·미 동맹, 한·미 동맹, 일·한 그리고 일·한·미 안보협력을 통한 억제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윤 대통령과 인식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양안관계 현상변경 시도에 맞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G7 계기로 이뤄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3국 대북 정보공유 강화, 연합훈련 정례화 등 한층 촘촘한 군사협력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앞서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지난 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3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연결하고, 3국 연합훈련을 정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미 양국은 합참과 한·미 연합사, 연합사와 미 태평양군사령부 간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C4I 체계가 있지만 한·일 간에는 이같은 체계가 없다. 지소미아나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TISA·티사) 등의 플랫폼을 강화해 한·일 간 정보를 원활하게 공유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3자 간 공유를 실현할 수 있다.
또 B-52H·B-1B 폭격기, 핵 추진 잠수함 등 미 핵 자산을 동원한 3국 연합훈련의 강도와 빈도를 높여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방어훈련과 대잠수함전 훈련, 미사일 경보훈련 등도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3국 간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훈련도 정례화할 가능성이 있다. 핵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운반 수단, 관련 물품의 불법 확산 방지를 위해 2003년 출범한 국제협력체제인 PSI는 5년마다 고위급회의를 연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군은 5월 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PSI 고위급회의 계기에 한·미·일 외에도 다수 국가와 연합으로 해상차단훈련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군 주관으로 이뤄질 이번 훈련에는 미국과 일본의 참여가 사실상 확정됐고, 호주 등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훈련은 북한이 유엔에서 금지한 ‘선박 대 선박’ 이전 방식으로 석유제품을 밀수하거나 해상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전파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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