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사회초년생 대상 44억 원 전세사기 벌인 일당 검거
사회초년생 대상으로 대전에서 억대 전세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대덕경찰서는 50대 A 씨와 공인중개사 등 4명을 검거하고 그중 주범 A 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8일 밝혔습니다.
이들은 동구 가양동의 다가구주택 건물을 사들이고, 이를 담보로 대덕구 중리동에 다가구주택 신축 건물을 지어 세입자 37명으로부터 전세금 약 30억 원을 계약기간이 종료된 이후로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서구 가장동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다가구주택 세입자 15명에게 약 13억 6천만 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가장동 건물은 이미 경매 절차가 끝나 소유권 이전까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장동 전세 사기까지 합치면 피해자는 52명, 대부분 20∼30대 사회초년생들로 피해 금액만 약 4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주범인 A 씨는 자금을 조달하며 다른 주범과 함께 바지사장인 건물주를 두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인중개사 B 씨를 통해 세입자들에게는 "선순위 임차인이니 안심해도 된다"고 속여 전세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는 B 씨는 이미 다른 범행으로 구속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주범인 A 씨의 주거지에서 금고에 보관돼 있던 현금 4억 원 상당도 발견해 압수했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중리동 한 세입자가 지난해 9월 건물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았다가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발각됐습니다.
피해 세입자들은 지난해 11월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중리동 한 피해 세입자 C 씨(30)는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중소기업청년전세자금대출을 받아 2019년 12월부터 살았던 집인데 전세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하니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면서 "피해자들 모두 자신들이 전세사기 피해자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대책이 없는 상태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는데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전세 사기 일당이 붙잡히면서 지난 3일 1차 경매 매각이 진행될 예정이던 중리동 건물은 경매가 두 달간 유예된 상황입니다.
현재 주범 A 씨 등은 '갭투자로 부동산 투자를 한 것인데, 집값이 내려갈 줄은 몰랐다'며 계획적인 전세사기 범행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전세사기가 가능했던 데에는 법의 허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범인 A·B 씨는 부동산 경매 등의 일을 해왔다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일정한 직업은 없던 이들은 갭투자를 통해 건물들을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계약 당시였던 지난해 이전까지만 해도 세입자들은 계약 전 집주인의 세금 체납과 선순위 보증금은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 씨와 일당은 이를 악용해 세입자들을 속였고 세입자들은 '선순위'라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가 계속 발생하자,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지난 2월부터 임차인이 전세 계약 전에 임대인에게 선순위 보증금 정보와 납세 증명서를 요구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전세제도 자체가 갖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차인이 알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중개인과 임대인에게 전세 자금을 믿고 맡기는 건데, 갭투자로 마음먹고 사기를 치려고 하면 지금처럼 전세사기가 가능한 제도적 허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세입자들도 피해 방지를 위해 더욱 꼼꼼히 건물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 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경매에 대비해 국세 및 지방세 완납증명서를 요구해 체납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신축 건물의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해야 전세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대전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조제행 기자jdon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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