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담배꽁초, 전 세계 세탁기만큼 미세플라스틱 방출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5. 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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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빌딩 사이로 난 골목을 가면 으레 바닥에 담배꽁초가 가득 있다.

연구진은 "매년 전 세계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고려하면 해마다 30만t씩 미세플라스틱을 환경에 유출하는 셈"이라며 "이는 전 세계 가정에서 세탁기가 방출하는 양과 같다"고 밝혔다.

예테보리 연구진은 일반 시민들과 함께 스웨덴 전역을 대상으로 담배꽁초가 어디에 얼마나 버려지는지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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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미세플라스틱 30만t씩 방출
꽁초 필터엔 독성 물질 7000가지
도로 배수구에 쌓인 담배꽁초들. 담배 필터에는 독성물질 7000가지와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포함돼 있어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다./스웨덴 예테보리대

고층 빌딩 사이로 난 골목을 가면 으레 바닥에 담배꽁초가 가득 있다. 흔한 쓰레기라고 대수롭지 않게 볼 일이 아니다. 담배꽁초의 필터는 수천 가지 독성 물질과 함께 수십만t의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해 생태계와 인간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환경독성학자인 베타니 카니 암라스(Bethanie Carney Almroth) 교수 연구진은 지난 3일 “다 태운 담배의 필터에는 7000여 가지 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이 생태계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담배꽁초 두 개면 4일 만에 물고기 죽어

연구진은 올 초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에 담배꽁초 필터의 독성을 실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담배가 타기 전에 필터에는 화학물질이 4000종 정도 들었지만, 타고 난 담배 필터는 7000종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상당수는 독성 물질이었다. 실제로 연구진이 모기 유충이 사는 물에 담배꽁초를 넣자 치사율이 20%까지 높아졌다.

앞서 다른 연구에서도 담배 필터의 독성 물질이 다른 수생 생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물 1L에 담배꽁초 2개에 함유된 정도의 독성 물질을 주입하면 물고기가 4일 만에 죽었다.

특히 담배 필터는 최근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미세플라스틱의 온상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담배 필터 하나에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약 1만5000개 들어있다. 연구진은 “매년 전 세계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고려하면 해마다 30만t씩 미세플라스틱을 환경에 유출하는 셈”이라며 “이는 전 세계 가정에서 세탁기가 방출하는 양과 같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에서 필터 달린 담배꽁초가 4조5000억개 버려진다. 그중 65%는 쓰레기통이나 재떨이에 가지 않고 환경에 그대로 유출된다고 추정된다. 한 국제 환경단체(Ocean Conservancy)는 1986년부터 2018년까지 32년간 전 세계 해변에서 쓰레기를 수거했는데, 그중 3분의 1이 담배꽁초였다고 밝혔다.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로, 비닐봉지나 플라스틱용기, 플라스틱병보다 훨씬 많았다.

스웨덴 예테보리대 연구진이 학생들에게 담배 필터의 환경 오염에 대해 교육하는 모습. 이 대학 연구진은 학생, 시민과 함께 전국을 대상으로 담배꽁초 투기 실태를 조사했다./스웨덴 예테보리대

◇”흡연자 보호도 못하는 필터는 없애야”

카니 암라스 교수는 “담배 필터에는 수천 가지 독성 화학물질과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들어있다는 점에서 길에 버린 담배꽁초는 단순한 플라스틱 조각이 아니라 유해 폐기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이미 담배 필터를 유해 폐기물로 지정했다. 2019년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2023년부터 담배 생산자가 꽁초 처리를 부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담배 회사가 거리에 재떨이를 많이 설치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예테보리 연구진은 일반 시민들과 함께 스웨덴 전역을 대상으로 담배꽁초가 어디에 얼마나 버려지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흡연자 대부분이 주위에 재떨이가 있어도 꽁초를 그냥 길에 버리는 것을 확인했다.

카니 암라스 교수는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려면 아예 담배에서 필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종합 환경 과학’에 미국과 영국, 독일 등 8개국 과학자들의 이름으로 “담배 필터는 일반적 생각과 달리 흡연자 보호와는 무관한 마케팅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며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배 필터가 흡연자에게 유해 물질을 걸러준다는 착각을 주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카니 암라스 교수는 “담배 생산자에게 꽁초 정화 비용을 부담하는 데 집중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며 “문제가 생기고 나중에 처리하기보다 처음부터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Microplastics and Nanoplastics(2023), DOI: https://doi.org/10.1186/s43591-022-00050-2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2023), DOI: https://doi.org/10.1016/j.scitotenv.2022.161256

Plastics Experiment 2022~2023, https://forskarfredag.se/massexperiment/plastexperiment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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