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죄 없다면서 왜 저자세일까...편법 승계 역풍 우려한 듯
2006년 모자관계 다우데이타-다우기술 위치 바뀌어
김익래 보증 덕에 최하단 있던 이머니는 할머니(모회사의 모회사) 자리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지난 4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회장직과 키움증권 등기이사직 사임, 주식매도 대금 605억원 전액 사회 환원 등을 발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죄지은 것이 없다면서 왜 이리 저자세로 일관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시장 일각에서는 “소문처럼 작전 세력과 공모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지만, 이보다 다우키움그룹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경우 금융당국과 사정당국이 그동안 이뤄진 승계작업을 들여다보고, 이 과정에서 여론이 악화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김 회장이 사임 카드를 던진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다우키움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모회사, 자회사 위치가 수차례 바뀌고 장외기업이 갑작스레 승계의 키를 쥔 회사로 등장하는 등, 지금이었으면 ‘높아진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 종속기업이 지배사로… 모자 관계 바뀐 계열사들
다우키움그룹의 역사는 한국IBM 출신 김익래 회장이 1986년 다우기술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관련 솔루션 개발·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다우기술은 이후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는데, 1989년 다우정보시스템을 설립한 것을 시작해 1992년 자본금 1억원으로 다우데이타시스템(지금 다우데이타)를 세워 계열사로 뒀고, 1996년에는 다반테크에 출자했다. 1999년 다우인터넷과 이머니를 각각 설립해 계열 편입했고, 이듬해인 2000년에는 국내 최초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을 설립해 금융업에도 진출했다.
초기에는 김익래 회장이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였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승계 작업이 천천히 진행되면서 현재 그룹은 김 회장의 장남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는 이머니로 이머니가 다우데이타의 최대주주이고 다우데이타가 다우기술을, 다우기술이 키움증권을, 키움증권이 다시 키움인베스트먼트를 지배하는 구조다. 그리고 이머니의 최대주주가 바로 김동준 대표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룹 규모가 커지고 승계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종속 기업이 지배회사로 바뀌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기존에는 지배받던 회사를 거꾸로 지배사가 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자녀에게 그룹을 넘긴 것인데, 보통의 기업집단이라면 쉽게 활용하기 어려운 방식이 반복되면서 재계에서는 “기막힌 승계 방법”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우키움그룹에서 처음 계열사 간 주종관계가 바뀐 것은 2006년이다. 그전까지 다우키움그룹의 지배회사는 모태인 다우기술이었다. 당시 그룹의 지배구조는 김 회장이 다반테크를 통해 다우기술→다우데이타를 지배하고 다우데이타가 다시 다반테크를 지배하는 순환출자구조를 이뤘다. 그런데 그룹 규모가 커지자 회사는 순환출자로 얽힌 계열사 구조를 간소화하겠다며 2006년 8월, 다우기술이 보유하고 있던 다우데이타 주식 1100만주(49.48%)를 전부 김 회장 개인에게 넘긴다. 그리고 다우데이타가 다반테크를 흡수합병하면서 그룹 지배구조는 김익래 회장→다우데이타→다우기술로 간소화됐다.
다반테크는 당시 주가(6000~8000원)보다 현저히 낮은 1650원에 다우기술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 412만주를 갖고 있었는데, 이 회사를 합병하면서 다우데이타는 지주회사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 김동준 대표 회사 이머니, 지배구조 최정점에 위치
다우데이타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그룹 내 모자(母子) 관계는 승계 작업을 통해 또 한 번 뒤집어진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회사가 1999년 설립된 정보제공업체 이머니였다. 이머니는 2002년 다우인터넷과 합병하면서 계열사에서 제외됐지만, 다시 2003년 다우인터넷의 금융사업부문이 분리되면서 새로 설립된다. 당시만 해도 그룹 내 작은 자회사에 불과했다. 이 작은 자회사가, 지금은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할머니뻘 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2009년 김익래 회장이 다우데이타 등 계열사가 가진 이머니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이머니의 존재감이 커지기 시작한다. 당시 이머니에 대한 김 회장의 지분은 99%를 넘었다. 그런데 이듬해부터 김 회장이 이머니 전체 발행주식의 50%에 이르는 9만주를 회사에 무상증여하고, 유상증자도 이뤄지면서 김 회장의 지분이 다시 급격하게 감소한다. 현재 이머니는 사실상 김동준 대표의 회사다. 김 대표가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고, 과거 김 회장이 무상증여한 지분은 이머니가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1년 처음 이머니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머니는 자본금 5억원에 설립했고, 현재 자본금도 8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연 매출은 100억원 남짓이다. 이런 조그마한 회사가 어떻게 자산총액 44조8000억원(지난해 7월 금융위 발표 기준)의 금융복합기업집단 다우키움그룹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이머니는 2009년부터 그룹의 핵심인 다우데이타 주식을 꾸준히 취득해 왔다. 2009년 처음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7.8% 확보하면서 주요 주주로 올라섰고, 이후에도 꾸준히 지분을 늘렸다. 당시 이머니는 대출을 받아 그 자금으로 다우데이타 주식을 매입했다. 이머니는 작은 규모의 회사이지만 당시 김익래 회장이 지분 담보를 제공하면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이머니는 그 돈으로 지분을 매입하고 다우데이타로부터 배당을 받으면 이자를 지불하는 식으로 규모를 키웠다.
◇ 김익래 회장, 핵심 계열사 지분 넘기고 증여해 승계 완료
2019년까지만 해도 이머니는 장내 매수를 통해 다우데이타 지분을 확대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지분 변동이 보다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김익래 회장이 본인이 보유한 회사 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이머니에 잇따라 넘긴 것이다.
김 회장은 코로나 발생으로 주가가 급락한 2020년 3월 25일, 다우데이타 주식 94만주를 주당 5290원에 이머니에 넘긴 것을 시작으로 그 다음달에는 130만주를 주당 7650원에, 이듬해 2~3월에는 각각 80만주, 35만주를 1만2800원, 1만2500원에 넘겼다. 2020~2021년 김 회장이 이머니에 넘긴 다우데이타 주식은 총 339만주로, 이에 따라 2019년 말 22.27%던 이머니의 다우데이타 지분은 지난해 말 31.56%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김익래 회장의 지분은 40.64%에서 26.66%로 낮아졌다.
이머니는 사람인(사람인에이치알), 한국정보인증 등 상장을 앞둔 비상장 계열사에 투자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계열사가 보증한 차입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그룹에 대한 지배구조를 강화해 왔다.
이와 별도로 다우데이터는 2020년 자사주 16만여주를 이머니에 넘기기도 했다. 또 김익래 회장은 2021년 10월 자녀들에게 총 200만주의 주식을 증여했다. 동준씨에게 120만주, 장녀 진현씨에게 40만주, 차녀 진이씨에게 40만주 등이다. 다우키움그룹의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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