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최소 한번 창업하는 시대 … 기업가 정신 이제 필수죠"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5. 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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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
김태완 단장 인터뷰

"우리는 지금 과학기술에 의해 세상이 바뀌는 대전환 시대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이것을 새로운 문명의 탄생이라고도 합니다. 그 중심축에 혁신 과학기술이 있고, 변화를 이끄는 힘의 주체는 스타트업(창업)입니다."

김태완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등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테크·기술 혁신과 국가 간 경쟁 구도와 관련해 "국가, 기업, 개인의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시기이고, 미래를 보는 통찰력으로 도전하는 정신(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떠받치는 창업 생태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20년 1월부터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캠퍼스타운사업은 대학이 학외로 나와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지역 소상공인과 상생해 캠퍼스타운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대학(서울대)과 자치구(관악구)가 협력하는 사업이다.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은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해 서울대 정문과 후문 인근 학외에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졸업 기업을 포함해 현재까지 83개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이들 스타트업의 누적 투자 유치금은 1000억원을 돌파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을 가진 기업도 다수 나타났다.

대표적인 기업이 세계 최초로 동형암호 상용화에 성공한 크립토랩이다. 크립토랩은 알토스, 스톤브릿지벤처스, 키움벤처스로부터 약 21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 서울대 캠퍼스타운이 배출한 에니아이는 생산 자동화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햄버거를 자동 생산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난해 7월 아마존 웹 서비스(AWS)가 주관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국제 행사인 '넥스트라이즈 2022' 에서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됐다. 올해 초에는 푸드테크 로봇 스타트업 업계 최대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밖에 반려동물 신원 확인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펫나우는 강아지 코 사진을 찍어서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는 등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 캠퍼스타운은 지난 3년간 관악구에 있는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로봇 AI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사회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AI 분야에서 유니콘을 양성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세계 AI 패권전쟁의 최강자는 미국과 중국이다. 우리는 두 초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입시 개혁이 필요하다. 서울대에서 4년 후 입시에 컴퓨터 과목을 반영하면 어떨까. 4년 후인 이유는 컴퓨터 교육을 위한 교사를 양성하는 시간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AI를 시작할 때 우리는 중학교, 초등학교 때 교육을 시작하는 혁신을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한때 영어마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시절이 있었다. 그 영어마을을 '로봇 AI 마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글로벌로 나가는 스타트업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산업 발전의 4대 요소는 인재, 기술, 자본, 시장이다. 한국의 경우 인재와 기술 우위의 국가다. 기존의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 한국의 주력 산업이 도전받고 있다. 위기다.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 개혁은 기존의 비효율적인 것을 바꾸는 것이다. 혁신은 아예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것이다. 개혁과 혁신 모두 어렵다. 지금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혁신을 이끌어야 할 때다. 그 혁신의 방법으로 창업이 있다. 창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순서로는 인재, 기술, 자본, 시장이다. 그런데 국가 전체로 보면 국가의 정책은 시장 개척, 자본 확충, 기술 개발, 인재 육성 순서로 가야 한다. 한국의 경제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일은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창업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대학생들 또한 빚에 치여 회생을 하려면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공채는 사라진 지 오래다. 경력직만 뽑는데, 대학 초년생은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가. 창업을 해야 한다. 학교에 다닐 때 전공에 더해 기업가정신을 키워줘야 한다. 앞으로 '1인 인생에 한 번 창업 경험 쌓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한다. 앞으로 기업가정신을 철저히 가르쳐 나중에 개인 사업을 하더라도 성공률을 높이는 기본 훈련을 쌓도록 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한류의 힘에 추가해 시장을 개척하는 대항해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

―서울대 캠퍼스타운은 그간 굵직한 성과를 냈다.

▷최근 핀란드의 알토이에스(AaltoES)로부터 5월 내방을 원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알토이에스는 핀란드 알토대학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창업 지원 단체다. 핀란드 내 스타트업 문화의 출현과 전파의 기반이 됐다. 핀란드는 경제를 견인하던 기업 노키아의 몰락으로 휘청였지만 스타트업의 출현으로 경제가 다시 활성화됐다. 핀란드 역시 처음부터 창업 자원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핀란드가 스타트업의 요람이 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자발적 운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해온 알토이에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알토이에스 학생 대표단이 서울대를 방문하겠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은 혁신적인 창업 환경 조성과 지역 상생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전 세계 대학·창업단체와 상호 협력해 강력한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과 창업 문화를 주도할 차례다.

―10년 안에 유니콘 기업 10곳 배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이 있나.

▷전략과 전술이 있다. 우선 대전제가 있다. 학생이 모범답안을 쓰려면 출제자의 출제 의도를 먼저 파악해야 하듯 기업이 성공하려면 무슨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다시 말해 조만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우선 수요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 또는 뜻 있는 투자자에게 제안해야 한다. 전국 단위로 매년 정부에서 50개, 민간 단체에서 50개의 유니콘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에 10년간 투자해 달라. 그러면 연간 100개, 10년 동안 1000개의 스타트업을 확보할 수 있다. 이들에게 전 세계 100명의 잠재적 고객을 스스로 찾아 인터뷰하는 미션부터 주면 어떨까. 우리 청년들이 세계 무대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깨달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다음에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도와주면 된다.

―기술 기반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참여 기관, 즉 창업가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술만 있으면 투자자를 찾기가 수월하다. '파트너십 문화'가 잘 정립된 생태계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인재, 기술, 자본, 시장에 대한 자원을 가진 사람이 있을 때 최고의 파트너를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은 현재 4개의 분산된 건물에 입주 기업이 산재해 있다. 건물 한 개는 관악구 소유이고 나머지 3개는 임차했다.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83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1004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실적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한국이 기술 강국이 되기 위한 정부-기업-학계의 역할을 말해 달라.

▷정부-기업-학계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항상 강조돼 왔다. 그런데 성공적으로 협력이 되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웃 국가의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 보자. 사실 우리는 이웃 국가와 경쟁을 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한다. 연구비 규모만 늘리면 연구 결과가 연구비에 비례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종합적으로 연구 환경, 규제 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 기술패권 전쟁에서 이길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이기기 위해 경쟁 국가를 아는 것으로부터, 우리의 길을 찾아야 한다.

―청년을 위해 제안하는 정책이 있다고 들었다.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스타트업을 만들 때 우선적으로 지원해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 '대통령 직속 신시장개발위원회' 설립을 제안한다. 새로운 글로벌 시장의 출현을 발 빠르게 포착하고 속도감 있게 진입하는 것이 신생 스타트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노력하는 청년들에게 기회가 있음을 깨닫게 하고 믿음을 주자는 것이다. 내수 위주인 중소기업 속성을 수출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청년의 평균수명을 90세라고 본다면, 필연적으로 인생에서 최소 한 번의 창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들을 위해 대학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김태완 단장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2020년~현재)▷서울대 공과대학 조선해양공학과 교수(2003년~현재)▷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방문학자(2018~2019년)▷미국 지멘스 디지털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1996~1999년)▷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컴퓨터공학박사(1993~1996년)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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