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불붙은 노키즈존 논란…전국 첫 금지 조례 제정될까
노키즈존 금지 조례안, 11일 상임위 심사 예정
‘업주의 정당한 권리’라는 주장과 ‘아동에 대한 차별이자 인권 침해’ 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노키즈존(아동출입제한구역)’. 제주도의회가 이번 주 노키즈존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심사한다. 노키즈존 금지 조례 제정은 전국에서 첫 시도되는 것으로, 심사 결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오는 11일 송창권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아동출입제한업소(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을 심사한다고 8일 밝혔다. 해당 조례안은 상임위를 통과하면 19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노키즈존 금지 조례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특별한 사유 없이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의 출입을 제한하는 업소로 노키즈존을 규정했다. 제주도지사는 도민 차별과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키즈존의 지정을 금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해 제한업소 지정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을 실시하도록 했다.
도지사는 또 업소의 노키즈존 지정 금지를 위한 권고와 계도, 영업장 내 아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제도적 지원, 아동의 공공장소 이용에 대한 보호자 교육, 차별 금지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 자유VS 아동 차별’ 찬반논란 팽팽
조례로 금지 강제 못해…상징적 의미 커
노키즈존 금지 조례안은 제주에 한해 적용되는 조례지만 찬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뜨거운 논쟁거리라는 점에서 전국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제주는 관광지이자 카페와 식당이 많은 지역 특성상 노키즈존 업소 비율이 높다. 제주도의회 관계자는 “노키즈존은 승인이나 허가 사항이 아닌 업소 자율 방침인 만큼 정확한 숫자를 알 수는 없으나 노키즈존 지도를 통해 검색하면 전국에 500여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 중 70여개가 제주에 몰려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는 노키즈존을 둘러싼 논쟁이 심심찮게 불거진다. 2017년에는 한 관광객이 제주도 홈페이지에 “노키즈존인지 모르고 방문했다 거절당하니 불쾌하고 여행 기분까지 망쳤다”면서 “차라리 노키즈존 지도를 제작해 관광객에게 배포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논쟁은 온라인으로 이어졌다. 찬성 측은 “애가 떠들고 뛰어다녀도 놔두는 개념 없는 이를 보면 노키즈존이 이해된다”, “노키즈존은 아이들의 안전사고 우려, 방해받지 않을 고객의 행복 추구, 전시품 보호 등을 위해 업주가 설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반면 노키즈존 반대 측은 “애 키우는 것도 힘든데 카페도 눈치 보고 가야 하는 현실이 슬프고 죄인된 느낌이다”, “나이를 이유로 출입을 배제시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어린이와 양육자들이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필요하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노키즈존이 아닌 ‘퍼스트 키즈 존’으로, 공공시설부터 노키즈존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조례안은 노키즈존의 지정을 강제적으로 금지하거나 위반업소에 대해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조항은 없다. 권고와 계도 수준인 만큼 통과되더라도 현실적으로 업소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노키즈존 지정을 금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동 차별 행위를 근절하자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조례로 해석된다.
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관계자는 “현행법상 노키즈존을 강제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면서 “조례 제정 취지에 명시됐듯이 ‘인권 차별 행위를 근절하고 상호 존중받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상징적 의미의 조례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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