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영토 넓히는 애플 … 국내서 할부서비스 내놓을까
신용카드·BNPL·저축順 확대
금융서비스 비중 10년새 2배
애플이 현대카드와 손잡고 우리나라에 '애플페이'를 내놓으면서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해외에서는 결제 서비스를 시작으로 신용카드 및 저축까지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성장이 더딘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도 애플이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제조, iOS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장악한 후 금융업에 계속 관심을 보여왔다. 2014년 아이폰을 결제 수단으로 하는 '애플페이'를 내놓은 이후 2017년에는 애플 기기를 통해 현금을 송금하고 받는 '애플캐시'를 선보였다. 2019년에는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신용카드인 '애플카드'를 내놨고, 올해는 할부 서비스인 BNPL을 탑재한 '애플페이 레이터'를 출시했다. 4월에는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하루만 넣어도 연 4.15%의 높은 금리를 주는 '애플 저축계좌'까지 내놨다. 결제에서 시작해 송금, 신용카드, 할부금융, 저축까지 소비자 금융의 모든 영역에 진출한 셈이다. 그 결과 애플 금융 서비스 매출 비중은 2012년 8.2%에서 2022년 19.8%로 10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애플의 금융 사업 전략은 철저히 고객을 애플 생태계에 '록인'을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애플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의 일상생활을 장악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신용카드나 저축계좌 서비스 등은 기존 은행인 골드만삭스와 손을 잡았다.
한국에서도 애플이 금융 사업을 확대한다면 역시 파트너십을 통한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용카드 사업도 국내 카드사와 손잡고, 저축 서비스도 국내 온라인 은행과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 BNPL 서비스는 국내에서 활성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애플이 도입할 경우 해외에 비해 정체상태인 시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 도입된 BNPL 서비스는 주로 소액결제에 집중돼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가 30만원 한도에서 고객에게 BNPL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BNPL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의 신용카드가 충족하지 못한 시장을 빠르게 차지했다. 어펌, 클라르나, 애프터페이 같은 회사들이 경쟁하고 있고 애플과 페이팔도 뛰어들었다.
서비스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Pay in 4(4번에 나눠 내기)'라는 방식으로 구매 금액을 4분의 1씩 나눠서 구매 시점을 포함해 4번 지불하는 것이다. 부과되는 이자는 없지만 지불하지 못할 경우 연체료를 내야 한다. 애플의 BNPL도 'Pay in 4' 방식이다. 두 번째는 고가 제품을 24개월이나 36개월씩 분할 납부하는 것이다. 당연히 현금으로 전액을 내는 것에 비해 이자를 더 내야 한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리체'가 이런 형태의 BNPL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명품 라이프스타일 쇼핑몰인 '로마드'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서 장기 BNPL이 가능하다. 리체는 기업에 맞춤형 BNPL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의 솔루션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과 선진국에서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BNPL의 열기가 식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가 발달하지 않은 동남아시아에서는 여전히 고속 성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핀테크 기업 크레디보는 BNPL로 시작해서 네오뱅크 서비스까지 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 미즈호뱅크, 정글벤처스, 네이버파이낸셜 등으로부터 2억7000만달러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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