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창작물의 소유권은? … 저작권 분쟁 시작됐다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3. 5. 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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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있는 피콕 스트리밍 서비스 사무실 앞에서 미국작가조합 회원들이 2일(현지시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장과 이미지를 자유롭게 만들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AI)에 규제 정책이 도입될 전망이다. 생성형 AI는 프롬프트 창에 문장을 입력하기만 하면 글과 이미지를 만들어주는데, 이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다.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은 누구 소유일까.

저작권 해소에 가장 앞장선 지역은 유럽연합(EU)이다. EU 회원국 내에서 생성형 AI 모델을 배포하는 기업을 상대로 '라이선스 현황'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챗GPT를 비롯한 수많은 AI가 부상하면서 저작권 논란이 일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메시지다.

새로운 법안의 초안에 따르면 챗GPT와 같은 AI 개발 업체는 시스템 구축에 사용된 '저작권 현황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AI 개발 기업이 스스로 밝혀 향후 저작권 논란 발생 시 소송을 보다 쉽게 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저작권 소송에 최소 50만달러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한 크리에이터들은 소송하기가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안 초안이 최종적인 것은 아닌 데다 회원국 간 합의가 필요하다"면서도 "EU 국가들은 올해 하반기에 법안의 최종 버전을 협상하고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U의 생성형 AI 규제안이 최종 문턱을 넘으면 빅테크 기업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픈AI는 막대한 데이터를 챗GPT에 학습시켰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사용했는지는 함구했다. AI가 학습한 데이터 하나하나에 일일이 저작권 수수료를 지급하면 AI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WSJ는 "유럽은 기술 회사를 통제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규정을 만들고자 한다"면서 "빅테크 기업은 종종 시장에서 너무 다르게 운영되지 않도록 EU 규칙에 회사 규칙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EU에 비해 속도가 더디지만 보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로이터통신·WSJ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하 통신정보관리청(NTIA)은 AI 규제안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 앨런 데이비드슨 NTIA 청장은 "합법적·효율적·윤리적이면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AI 시스템을 보장하는 방안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NTIA는 5월 말까지 여론조사를 한 뒤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AI에 대한 정책 권고안을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AI를 둘러싼 저작권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개발과 상업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챗GPT에 따른 저작권 침해 논란은 파업의 일부 원인이 됐다. 미국작가조합은 월트디즈니, 넷플릭스 등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과 진행해온 임금 인상 단체교섭이 아무런 소득 없이 최종 결렬됐다면서 2일(현지시간) 파업을 선언했다. 1만1500명에 달하는 작가들이 파업에 나선 것으로, 총파업은 약 16년 만이다. 이들은 크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시장이 동영상 서비스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드라마와 시트콤 편수가 반 토막 나 수입이 급감한 것을 개선해달라는 것이다. 또 이들은 제작사들이 AI를 활용해 만든 대본 초고를 작가한테 수정해달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작가조합은 "시나리오와 같은 문학적 자료는 AI가 생성해서는 안 된다"면서 "제작사가 AI를 활용해 초안을 생성하는 것은 사실상 위키피디아와 같은 저작권 논란이 있는 자료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작가의 정의를 사람으로 명시해달라고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생성형 AI를 둘러싼 수많은 법적 분쟁이 예고돼 있다. 오픈소스 기반 생성형 AI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만들어낸 스태빌리티AI는 유럽과 미국에서 잇따라 소송당했다. 또 게티이미지는 이와 별도로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과 영국 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프로그래머 역시 반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AI의 GPT-3를 근간으로 한 코드 생성 모델인 코덱스와 MS 계열인 깃허브의 코드 데이터베이스를 접목해 코파일럿을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들은 이들 회사가 상업적 용도로 코드 데이터를 오·남용했다고 지적한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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