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동남아 거점' 印尼 공장 풀가동 … 신차 판매 6배 가속페달
반세기 넘게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장악해온 동남아시아 시장에 현대자동차그룹이 균열을 내고 있다. 균열의 시작점은 바로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공장 가동을 시작한 인도네시아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신차를 3만4052대 판매하며 현지 6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6059대에 비해 5.6배로 늘어난 실적이다. 올해 1분기에는 이미 1만대 넘는 판매량을 올리며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인도네시아는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단일 시장으로 봐도 매력적인 지역이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이자, 신차 판매 기준으로 연간 100만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을 갖춘 나라다. 인근 국가들로 수출도 용이하다. 2015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경제공동체가 출범하면서 하나의 경제블록이 형성됐다. 동남아시아 바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동남아시아로 들여올 경우 관세·특별세가 최대 80% 부과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차량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관세 대상이 아니다. 동남아시아 전체 지역을 향한 현대차그룹의 생산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인도네시아인 셈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3월 준공한 인도네시아 공장은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 동쪽의 브카시시 델타마스 공단에 위치해 있다. 77만7000㎡ 용지에 세워진 이 공장은 지난해 말까지 연간 생산능력 15만대를 갖췄고, 앞으로 25만대 규모까지 생산 능력을 늘려간다. 이 공장에 투입된 총 투자비는 제품 개발과 공장 운영비를 포함해 약 15억5000만달러(약 2조원) 규모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엔진, 의장, 도장, 프레스, 차체 공장, 모빌리티 이노베이션 센터 등을 갖춘 현대차 최초의 아세안 지역 완성차 공장이다. 이는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내에서 아세안 시장을 위한 전략 차종의 육성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광물자원까지 갖추고 있어 단일 시장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자동차 산업의 무게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옮겨가는 전동화 과정에서 배터리 관련 자원 확보는 완성차 기업에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필수 광물인 니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9월부터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세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의 신산업 단지 내 총 33만㎡ 용지에 건립되는 이 공장은 현대차 브카시 공장과 직선거리로 5.5㎞ 떨어져 있다. 이 공장에선 내년 상반기부터 배터리셀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이 합작공장을 통해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셀을 생산하고, 향후 전기차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능력을 30GWh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배터리셀 10GWh는 전기차 15만대 생산에 쓰일 수 있는 규모다.
배터리셀 합작법인 'HLI그린파워' 지분은 현대차그룹이 50%(현대모비스 25%·현대차 15%·기아 10%), LG에너지솔루션이 5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HLI그린파워 지분 투자는 현대차그룹이 배터리셀 생산 단계에 직접 참여하는 첫 사례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HLI그린파워 지분의 절반을 현대모비스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앞으로 그룹 차원의 배터리 전략을 추진하는 데 현대모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아다로미네랄과 협력을 통해 알루미늄의 안정적인 공급 확보에 나섰다. 아다로미네랄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광물자원 생산 기업이다.
글로벌 전동화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동차 제조용 알루미늄 수요는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는 대외 변수에 따른 공급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알루미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아다로미네랄과 협약을 맺었다. 현대차는 아다로미네랄로부터 알루미늄을 공급받고, 이 과정에서 양사는 알루미늄의 사양·공정 등을 긴밀히 협의해 최상의 제품이 생산되도록 협력한다. 아다로미네랄은 알루미늄 제품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확대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육상의 자동차 시장을 넘어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시장을 열기 위한 첫발도 내디뎠다.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인도네시아 신수도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인도네시아에 AAM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신수도 내 AAM 적용 계획을 수립하고 지상·항공 통합 모빌리티 개념을 검증하며, 시험 비행하는 등 실증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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